◇외부 전문가 대거 수혈 …보수적 LG에 변화 불가피=신학철 3M 수석 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에 전격 기용하며 시작된 순혈주의 타파는 정기 인사에서 다시 확인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핵심 계열사가 죄다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전략 수립에 강점이 있고 해외 사정에 두루 밝은 전문가 수혈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사 ㈜LG의 인사만 봐도 ‘그룹에 질적 변화를 이식하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도가 감지된다. 경영전략팀장에 선임된 홍범식 사장은 베인&컴퍼니 대표 출신이다. 인수합병(M&A) 업무 등을 맡아 그룹 포트폴리오 수정 등 혁신전략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의 김형남 부사장은 전장 사업을,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김이경 상무는 인재육성을 이끈다. 지주사의 핵심 업무가 모두 외부에서 수혈된 전문가 손에 맡겨져 보수적 색채의 LG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도 전장 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옛 VC사업본부) 전무로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 총괄 상무를 영입했다. LG의 임원은 “실력에 기반한 실용인사”라며 “선도적 미래 준비가 가능한 통찰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 통해 미래 준비 방점=LG전자를 보면 이번 인사가 미래 사업과 책임경영에 방점이 찍혔음을 알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 자율주행사업 태스크포스(TF) 등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조직을 CEO 아래에 둬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는 미국·캐나다 등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 R&D 센터’를 만들었고 클라우드 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기술 융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경우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해 10개팀으로 확대 개편됐다. 전자를 중심으로 화학·디스플레이·이노텍 등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전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만큼 ‘전장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G의 팀장 교체 폭이 10명(지난 7월 기용된 이명관 인사팀장 포함)으로 전원 바뀐 것도 ‘속도감 있는 조직 변화’를 위한 밑돌 놓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상필벌 원칙 재확인=이번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는 조직 개편이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생산직에 대한 구조조정 등이 있었는데 조직을 이전보다 슬림하게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비서팀장 출신인 양재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조직 개편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LG전자에서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 스마트폰의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는 게 눈에 띈다. 권 사장의 ‘올레드(OLED) TV 1등 DNA’를 심겠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질책 성격이 있다. LG화학의 김종현 부사장은 전지 사업을 잘 이끌어 유일하게 사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LG전자의 중국 동북지역 영업담당인 쑨중쉰 책임은 상무로 승진해 외국인 임원 승진 확대 기조가 유지됐다. /이상훈·신희철·박효정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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