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분쟁 ‘휴전’을 선언하면서 국내 증권가에서도 연말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과거에도 적잖이 연말 랠리가 나타났다는 점, 특히 올해는 지난 10월 급락장으로 증시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가장 큰 대외 변수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점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낙폭이 컸던 정보기술(IT) 등 증시 대표 업종과 수출주 등을 중심으로 반등이 예상된다.
3일 코스피지수는 1.67% 오른 2,131.93에 장을 마치며 10월22일 이후 최고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1.97% 오른 709.46에 마감하며 10월23일 이후 약 6주 만에 처음으로 종가 700을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휴전 소식이 강한 상승세를 견인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258억원, 기관은 1,331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00억원 이상씩 동반 순매수에 나선 것은 9월14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꺼져가던 ‘연말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되살아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번의 12월 중 코스피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것은 열 차례, 코스닥은 여덟 차례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말 보너스 지급과 소비 증가 등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무역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다. 게다가 우리나라 증시는 2차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호재를 앞두고 있어 더욱 기대감이 높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증시 쇼크를 야기했던 변수들이 완화되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 등도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다”며 “이 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완화됐다는 점만으로도 내년 상반기 코스피 2,300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화학·증권 등 낙폭과대주, 디스플레이·호텔레저·유통 등 실적개선 기대주에 대한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서장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무역분쟁 완화와 함께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를 압박했던 3중고(금리·유가·달러)도 최근 느슨해지고 있다”며 “패시브 투자 중심인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감안하면 그동안 부침이 심했던 대형주와 수출주, 그중에서도 그동안 많이 떨어진 IT 업종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미중관계 개선에 따라 중국 관련주, 연말 미국 소비 증가의 수혜가 기대되는 의류업종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무역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관세 인상이 90일간 유예됐을 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심’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0원50전 내린 1,110원70전으로 마감했다. 9월28일(1,109원30전) 이후 최저치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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