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가 가맹점 포화상태로 점주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데 대해 출점 거리 제한 부활과 폐업 위약금 감경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과 여당은 최저수익 보장이 빠진 이번 조치는 부족하다는 반응이어서 본사-점주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편의점 업체 6곳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율규약을 선포하고 성실 확인 이행서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자율규약은 CU(씨유)·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 등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가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8,000곳)에 효력이 발생한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달 30일 가맹사업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편의점 업계 자율규약을 승인했다.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이기적 생각과 행동이 적지 않았음을 반성한다”며 “가맹본부와 점주, 협력사가 진정한 동반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근접 출점이 과하게 이뤄지면서 점주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데 대한 ‘반성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당과 점주들의 시각은 냉랭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사와 점주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수익 보장과 명절 휴일제 도입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문을 닫을 때의 ‘희망 폐업’ 때 위약금의 감액이 아닌 전액 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무분별한 출점 경쟁을 막기 위해 최저수익보장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최저수익보장제는 가맹본사의 역할이 필요한 사항인데 이 부분에 대한 조치가 없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각 편의점 가맹본부에서는 개점 후 초기 1년가량 점포에 최저수익을 보장한다. 점주들은 가맹계약 전 기간 최저임금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수익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본사 부담이 커지는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규약에 최저수익 보장은 빠졌지만 출점하는 ‘입구’는 좁아지고 폐점하는 ‘출구’의 문은 넓어졌다는 점에서 가맹점주들은 부담을 덜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업계는 출점 예정지 근처에 경쟁사 점포가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키로 했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 않고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50~100m다. 2000년까지 80m 출점거리 제한이 있었지만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판정해 사라진 뒤 18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담합의 소지는 규약에 담배판매소간 거리를 빌려 쓰기로 하며 비껴갔다. 기존 점주가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옮기는 이른바 ‘간판 갈이’ 점포는 자율규약 적용 대상에서 예외다. 업체들은 또 가맹 희망자에게는 경쟁 브랜드 점포를 포함한 인근 점포 현황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오전 0~6시 영업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당한 영업시간 금지도 규약에 담겼다. 폐점 단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책임이 아닌 경영악화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희망폐업’을 도입한다. 영업위약금 관련 분쟁이 발생한다면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의회’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점주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쪽으로만 굳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상혁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거리 제한의 범위가 150~200m은 돼야 상권 보호가 가능하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진혁·박준호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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