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1 지난 6월 호찌민 푸미흥 전시장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의 주최로 열린 ‘제1회 베트남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에서 유아용 놀이 매트를 선보인 국내 중소기업의 부스 앞에 베트남 부모들이 장사진을 친 것이다. 동물 모양의 소리 나는 펜으로 매트를 누르면 단어·숫자·노래 등 3,000개의 학습 콘텐츠를 베트남어·영어 등 6개 국어로 바꿔가며 들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 때문이었다.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을 가진 베트남 부모들은 전시품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결국 판매를 약속한 날에는 번호표를 나눠줘야 했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느라 해외 전시회 참가가 처음인 업체 대표는 “과연 수출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수출할 수 있네!”라는 느낌표로 바뀌는 희열을 경험했다.
#2 11월 무역협회의 한국 청년 베트남 취업 과정인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1기 연수생 30명의 입교식이 호찌민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무역실무·구매관리 등 직무교육을 마친 연수생들은 내년 7월까지 현지 대학에서 베트남어와 문화, 심층 무역실무 등의 과정을 이수하면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취업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 과정은 중간관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을 비롯해 신남방 지역은 우리에게 소중한 곳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수출은 823억달러로 전체의 16%를 차지했고 서남아시아의 신흥 강자 인도는 지난해 151억달러로 수출 증가율이 무려 30%나 됐다. 우리 정부는 신남방 지역과의 많은 교역을 바탕으로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협력(Prosperity)’의 ‘3P 공동체’ 조성에 힘쓰고 있다.
신남방 국가들도 한국을 경제협력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로 원하고 있다. 한국은 신남방 지역에서 지역 패권을 추구하지도 않고 식민지배의 트라우마와도 관련이 없다. 무엇보다 한국은 극빈국에서 출발해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선두주자의 벌금(the penalty of taking the lead)’을 냈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값진 경험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얀마 송배전 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베트남·인도 등과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 및 지식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책 제언을 해주는 경제발전공유사업(KSP)과 적정기술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CJ푸드빌은 베트남·인도네시아에 제과제빵학과를 개설해 선진 제빵기술을 전수하며 인력 양성과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틀 뒤면 55번째 ‘무역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다. 올해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고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노력한 무역인들을 격려하는 날을 맞아 수출에 관해 가졌던 많은 물음표가 희망의 느낌표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주고받는 정신은 행복을 잉태한다’는 미얀마 속담처럼 올해가 신남방 국가들과 함께하는 공동 번영의 원년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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