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지연(36) 씨는 최근 평소 챙겨 먹는 비타민 제품을 사기 위해 약국이나 마트를 가는 대신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를 더 자주 들르게 됐다. 서 씨는 “화장품을 사러 왔다 우연히 건강기능식품 코너도 보게 됐는데 평소 해외 직구로 사오던 제품까지 갖춰져 있더라”며 “단백질바 등 저칼로리·영양 간식 종류도 다양해 건강에 신경 쓰는 나로서는 슈퍼마켓보다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홈술을 즐기는 프리랜서 이지훈(33)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파는 여러 종류의 술을 하나씩 먹어보는 재미에 빠졌다. 이 씨는 “최근 대부분 편의점에는 맥주·와인 뿐 아니라 보드카·위스키·일본주·고량주까지 갖춰져 있어 굳이 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1인 가구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으며 식음료 제품들의 핵심(Key) 유통 채널이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과 H&B스토어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1인 가구에 어울리는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차별화된 전용 제품을 선보이는 등 신(新) 채널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최근 편의점에서 주류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변화에 발맞춰 올해 보드카·위스키·고량주 등 이색 주류의 상품 종류(SKU)를 전년 대비 22.4% 늘렸다. CU 관계자는 “홈술·혼술을 즐기는 1인 가구가 늘며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주류 제품도 인기를 끄는 중”이라며 “실제 이 같은 이색 주류의 매출은 지난해 15.6% 증가했고 올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21.2% 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도 주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이른바 ‘혼술존’인 ‘세븐바(Bar) 시그니처’를 운영하며 소용량 주류 제품 구성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와 함께 지역 양조장에서 생산한 수제 막걸리 ‘동네방네 막걸리’ 8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GS25 역시 지난해부터 한 컵 용량으로 간편하게 즐기는 일본주(사케)와 럼·진 등 쉽게 구하기 힘든 다양한 리큐어 상품을 추가하며 색다름을 추구하는 소비자에 어필하고 있다.
편의점이 술집 버금가는 주류 다양화로 1인 가구의 홈술 트렌드를 쫓아간다면 H&B스토어는 건강한 먹거리 구성을 다양화하며 뷰티·건강에 관심 높은 1인 여성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다이어트 보조제를 제외한 건강기능식품의 올해 매출(11월 기준)이 2년 전인 2016년부터 매년 50%씩 늘고 있으며 제품 가짓수도 40% 가까이 늘었다. 올리브영은 올해 7월부터 단백질 스낵 등 건강 간식으로까지 제품 구성을 확대했고 11월 한 달 매출이 전달 대비 48% 늘어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 역시 편의점·H&B스토어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중이다. 일례로 멀티비타민 브랜드 센트룸은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가볍게 체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H&B스토어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정제의 수를 50정으로 줄인 ‘센트룸 젠더’를 출시했다. 또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색다름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간편하게 물에 타 마시는 분말형 비타민 ‘센트룸 아쿠아비타’도 선보였다. 주류기업인 디아지오 역시 스미노프 보드카와 조니워커 등을 200㎖ 포켓사이즈로 출시하며 가격도 1만 원 이하로 낮췄다. 디아지오 측은 “올해 6월까지 조니워커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데 반해 조니워커 레드 200㎖의 경우 판매량이 22% 상승했다”며 “편의점 구매자가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 마케팅 등에서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허세민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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