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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 건보료 月9,000원…300인이상 기업도 어린이집 설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

2022년까지 노인일자리 80만개 창출

'삶의 질 향상'으로 패러다임 전환





‘직장 맘’ 김정연(37·가명)씨는 최근 둘째 낳기를 포기했다. 첫째 이유는 돈이다. 어린이집은 공짜고 9월부터 아동수당도 받지만 앞으로 들어갈 교육비까지 생각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 월급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미안함이다. 세 살배기 아이와 평일에는 두어 시간 함께하고 주말에도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다. 이렇게 못 챙겨 줄 바에 차라리 한 명에게 집중하기로했다. 정부가 7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은 이처럼 아이를 낳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돈’과 ‘시간’을 부모에게 안겨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출산·양육비는 66만원이다. 이 같은 부담은 저출산을 부추기는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우선 만 1살 미만 아동에게 사실상 무상의료를 제공한다.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을 대폭 깎고 임산부에게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 지원액을 기존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높여 의료비로 쓰도록 하는 식이다. 2025년에는 이 혜택을 초등학교 입학 전 모든 아동으로 확대한다. 아동수당은 내년부터 만 6살 미만 모든 아동에게 지급한다. 육아휴직 중에 내는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 최저 수준인 월 9,000원으로 조정된다.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기준도 상시근로자 500명에서 300명 이상으로 낮추고, 다자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준은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변경을 추진해 수혜층을 대폭 넓히기로 했다.

부모가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할 대책도 담겼다. 내년 하반기부터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늘고, 장기적으로는 육아·학업·훈련 등 생애주기별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한다.



세계 최고 수준 노인 빈곤에 대처하고자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은퇴 후 삶을 ‘잉여’에서 ‘활력’으로 바꾸는데도 집중했다. 현재 25만원인 기초연금은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한다.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중도해지 사유를 엄격하게 해 되도록 연금을 수령하도록 유도한다. 신중년 적합직무를 지정해 사업주에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고 공익활동관련 노인일자리는 2022년까지 80만 개로 확대한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추진하던 과제도 재구조화했다. 저출산 고령화 관련 기존 194개 과제 중 35개의 역량집중과제를 선정해 전체 예산의 약 60%인 약 26조원(2018년 기준)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애초 3차 저출산 대책의 출산율 목표는 1.5명이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 중 낳는 아이 수)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였고 올해는 0명대에 진입이 예상된다. 무작정 숫자만 맞추겠다고 접근하기보다는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삶의 질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세종=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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