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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75>모터사이클 라이더에게 고속도로를 허하라

이호영 변호사 도로교통법 개정 지지서명에 1만3,000명 참여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통행금지 "바뀔 여건 무르익어"

라이더라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퀴즈 하나 내 보겠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된 유일한 국가는 어디일까요? 답은 ‘한국’입니다. 라이더들에게는 정말 명확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참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해외에선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라며 반문하는 모습,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지겨우시겠지만 다시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8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당시만 해도 바이크의 진입이 허용됐습니다. 하지만 1972년부터 돌연 바이크 진입이 금지됐습니다. 당시 사고율이 높았던 불법개조 삼륜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해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런 삼륜차들은 도로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이크가 고속도로를 못 들어가게 된 것이 이제 벌써 46년째입니다.

2016년, 트라이엄프 본네빌을 렌트해 빌렸던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두유바이크 15회를 검색해보아요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법이 바로 도로교통법 제63조입니다. 물론 라이더들이 그동안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9차례나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수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 근거가 없습니다. 유럽, 미국 등지에서도 고속도로의 모터사이클 사고율이 국도, 시내보다 오히려 낮으니까요.

배경 설명이 길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해 1년 넘게 노력하고 계신 분을 만났습니다. 대학교 때 추억의 ‘마그마’로 바이크에 입문했고 지금은 모토구찌 V7을 타고 계시는, 법무법인 삼율의 이호영 대표변호사입니다.

변호사님의 수트+헬멧이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이 변호사님은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와 개인 블로그(클릭) 등을 통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서명(다이렉트 링크 클릭)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서명 인원이 1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1만3,000명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라이더님들, 꼭 윗줄의 링크를 클릭해 서명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동호회, 카페에도 널리 알려주시면 더더욱 감사드리겠습니다.

변호사님은 국회 보좌관 경력도 있습니다. 법과 법 개정 절차에 대해 이만한 전문가가 없는 셈이죠. 그래서 어느날 라이더로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거죠. 이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언젠가는 개정이 되겠지만, 제가 할아버지가 돼서야 개정되면 좀 아쉽잖아요. 그래서 그 시기를 좀 당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2년 내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법 개정을 위한 여건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님에 따르면 “고속도로 통행금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논리는 ‘아직은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입니다. 하지만 이미 고속도로 통행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반대 의견은 많지 않다는 점, 앞으로도 꾸준히 법 개정안 발의나 헌법소원 등이 이뤄질 것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점점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 변호사님의 판단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의 헌법소원에서는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소수의견을 통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호영 변호사님은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고 있는 현 제도가 이륜차 산업과 문화 발전까지 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고속도로 진입도 안되고, 주차장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고, 바이크 사고에 보험 적용도 안되는 상황에선 이륜차 산업도, 문화도 발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라이더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만한 지적입니다.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진입 금지, 서명 진행 상황 등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 변호사님의 블로그를 방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봅니다. 해외 각국에서는 ‘250cc 이상’ 등의 조건과 함께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속도로용 하이패스 단말기가 장착된 바이크가 출시될 정도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전직 재무장관이 바이크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반응과 함께 높은 인기로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 나라에서도 고위급 인사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긴 했지만요.

지난 2015년 찍힌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의 모습. 당시 현직이었던 그가 총리공관을 방문했다가 뒷자리에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현 그리스 재무장관(당시 외무부 차관)을 태우고 떠나려는 참입니다.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일터에도 모터사이클로 출근하길 좋아했고, 그 멋짐에 ‘그리스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그리스 역시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의 과감한 카메라 앞 무헬멧은 아마 아직 헬멧을 쓰기 전이라 그럴 것으로 추정해봅니다. /사진=스페인 누에바트리뷰나 캡처


물론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매너도 앞으로 많이 성숙해져야 하겠지만, 바이크도 당연히 자동차로 간주되는 외국의 상황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고속도로 진입 허용이 조금이라도 더 앞당겨질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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