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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한국GM 외통수…현대상선 파열음…더 꼬이는 산은의 구조조정

■성과 안보이는 이동걸式 구조조정

한국GM 'R&D법인' 분리 놓고

어정쩡한 대응, 최악 사태 빚어

현대상선 '부실 원인' 네탓 공방만





산업은행이 이끄는 주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잇달아 난항을 겪고 있다. 빠른 경영 효율화로 회사의 경쟁력을 되살리고 산업 전체의 진흥방안을 짜는 것이 국책은행인 산은의 역할인데 속도감이 붙지 않아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현안은 한국GM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내 한국GM에 3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GM은 한국 시장에 10년 더 머무는 조건으로 산은으로부터 7억5,000만달러의 시설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의 절반인 3억7,500만달러는 이미 지급됐고 나머지 자금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산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다. 한국GM의 연구(R&D)법인 분리를 두고 GM 본사와 소송을 벌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자금부터 넣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추가 자금을 주지 않으면 GM이 계약 파기로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산은은 지난달 한국GM이 단독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법인 분할 안건을 통과시키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1심에서는 산은의 청구가 기각됐으나 2심에서는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고 이에 따라 한국GM의 상고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GM 측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산은에 ‘한국GM R&D 분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GM과의) 계약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지만 국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산은으로서는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자의적으로 자금집행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GM R&D법인 분리에 대해 산은이 어정쩡하게 대응하다 최악의 사태를 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분리에 반대했다면 최초 협상시점부터 불가 조항을 넣었어야 했고 법인 분리에 찬성했다면 GM과 함께 노조 및 지역사회를 설득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대응으로 일관하다 노조가 반발할 빌미만 줘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경영 정상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GM은 10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정년퇴직 등 자연스러운 인력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법인 분리 문제로 노조가 극렬 반발할 수 있는 명분만 생긴 상황”이라며 “노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경영 합리화 작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인 분리 문제를 둘러싼 노조의 반발과 산은의 지원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명분만 키우는 자충수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GM이 한국에 남는다는 전제 아래 협상을 벌여왔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산은이 맡고 있는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금호타이어 등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회계법인 실사 결과 정부 지원이 없으면 내년 자본잠식에 빠지고 오는 2020년까지 6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서’를 받아든 상황이다. 이 회장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현대상선 직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현대상선 측은 오히려 해운산업 구조조정 때 경쟁회사의 인력을 구제하느라 인력이 불어났고 현재 인원도 최소한의 규모일 뿐이라며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산은이 현대상선 지분 13.13%를 보유하고 사실상 경영 전반을 스크린하는 상황에서 회사 부실이 ‘네 탓’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이밖에 금호타이어도 7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산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조선산업도 기존 빅3 체제를 빅2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대형 수주를 성공시키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커 조선산업 재편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 빅3가 그대로 생존해 경쟁력을 유지하면 좋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노조의 반발, 정치권의 압박 등을 신경 쓰다 보니 산은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혈세 투입 우려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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