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업공개(IPO)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감리 이슈 등 대내외 악재로 위축되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장 기업 수는 11월 말 기준 75개로 여느 해 못지 않지만 ‘대어’급 기업인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이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감리 이슈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늦추면서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없는 한 해가 됐다. 특히 주식이 폭락했던 10월에는 IPO를 통한 기업들의 주식 발행액이 전월 대비 60% 이상 줄어들었고 IPO 건수도 6건에 그치는 등 때아닌 ‘한파’가 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변수로 인해 IPO 시장이 침체기인 것은 맞지만 내년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줄지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와는 달리 내년 IPO 시장에 활기가 돌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올해보다 내년의 증시 상황이 더 안 좋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공모 규모는 커질 수 있어도 전체적인 IPO 시장은 올해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 IPO 시장 상황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공모 규모는 6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IPO 시장의 누적 공모금액은 3조원에 못 미쳐 지난해 8조원에 이르는 규모와 비교하면 70% 가까이 급감했다. 내년 상황은 다를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홈플러스리츠, 바디프랜드 등이 상반기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철회했던 카카오게임즈와 교보생명까지 IPO를 추진할 경우 내년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분석도 나온다.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공모 규모는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증권가의 분석도 있다. 감리 이슈로 상장이 지연됐던 현대오일뱅크는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 감리 심사를 통과하면서 상장 기대감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상장 승인을 받은 상태다. 현재 규정상 상장예심 승인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2월 중순께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이 연내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내년 가장 먼저 상장되는 대어급 기업이 될 수도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제외한 현대중공업지주의 모든 주력 계열사가 상장되는 셈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대한 의지가 유효하고, 실제로 12월 중으로 증권 신고서가 제출된다면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1·4분기 중으로 상장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홈플러스리츠도 관심 종목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리츠는 지난 7월 설립된 위탁관리 리츠로, 9월에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았다. 대형마트 홈플러스 44개점에 투자해 임대수익 등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다. 자산관리회사는 한국리테일투자운용으로, 회사 측은 공모를 통해 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 1위 업체인 바디프랜드 역시 내년 초 상장을 앞두고 있다. 감리로 인해 상장 절차가 늦춰졌지만 금융당국이 바디프랜드의 렌탈수익 회계처리를 중징계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경징계인 과실로 처리하면서 불확실성이 사려진 상태다. 이미 지난 달 11일 상장예비심사에 돌입한 상황이라 내년 초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바디프랜드의 기업가치를 2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공모규모는 4,0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통합 업체인 현대오토에버 역시 지난 달 22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심심사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도입했다
올해 감리 이슈 등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카카오게임즈 역시 내년에는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최대 시가총액 2조원이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교보생명까지 IPO를 진행할 경우 내년 공모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전체 IPO 시장이 올해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어급 종목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내년 상황을 보수적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식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IPO 시장 역시 올해에 비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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