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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무형자산 가치' 계량화한다

회계기준원, 위탁연구 진행키로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회계현안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회계기준원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 무형자산인 제품의 가치가 계량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형자산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게임 업체들이 자산가치를 부풀려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감리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형자산의 계량화 작업이 당장 감독지침으로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평가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은 18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회계현안 설명회에서 산업별로 기업이 보유한 핵심 무형자산 정보를 계량화해 표시하는 문서인 ‘핵심 무형자산 보고서(가칭)’ 작성을 위한 외부 위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게임 산업은 보유한 게임별로, 제약 산업은 개발 중인 또는 완료한 약품별로, 항공 업계는 보유 노선별로 무형자산 정보를 평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원이 무형자산 평가에 나선 것은 무형자산 가치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핵심 가치인 무형자산 등이 재무제표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실장은 “무형자산으로 인식된 경우에도 해당 무형자산의 실질적 가치와 괴리가 있는 원가로 기록된다”며 “기업 시장가치와 재무제표 순자산 사이의 괴리가 커 재무제표의 유용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IFRS는 무형자산인 연구개발비의 경우에만 자산화 기준을 적시하고 있다. IFRS에 따르면 미래 경제적 효익의 유입 가능성이 있으면 자산화가 가능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와 관련해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비교해 다른 업종들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도 기준원이 연구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김의형 기준원 원장은 “무형자산은 형체도 보이지 않고 계산도 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비 정도만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불공평할 수 있어 이 부분은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준원은 원칙 중심인 IFRS의 특성을 감안해 제약·바이오 자산화 사례처럼 당장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기준원은 일단 해외 선진국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무형자산의 가치평가 논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업에 구체적 기준을 주는 게 바람직한 만큼 기준원의 연구가 추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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