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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어떻게 되나] "과잉 투자…내년 2분기까지 하락" VS "5G·AI 수요로 완만한 회복"

내년 상반기께 재고 소진 예상

업황 저점 1분기→ 2분기 늦춰

고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삼성·SK 질적 변화로 선제 대응





지난 10월 말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 삼성은 이 자리에서 내년 1·4분기까지 메모리 시황 둔화에 따른 실적 약세를 예고했다. 시장에서 메모리 고점 논란이 쏙 들어가고 언제까지, 얼마나 하강 국면이 이어질까로 초점이 옮아가는 분기점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일. 시장의 우려는 이전보다 더 커졌다. PC·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올해 메모리 활황을 주도했던 서버투자마저 소강상태에 빠지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 조정이 칩 출하량 증가로 연결되기에는 경기침체 등 거시경제 변수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내리는 이유다.

최근 전문가들은 메모리 업황의 저점을 내년 1·4분기에서 2·4분기로 더 늦추고 있다. 하반기는 돼야 반등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버·5G 등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단기적으로 재고 증가 등에 따른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회복도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점, 재고 소진 등으로 내년 2·4분기로 늦춰지나=메모리 가격 흐름부터 보자. 11월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전달 10.74%에 이어 1.64% 빠졌다. 서버 D램 역시 2.9%가량 하락했다. 낸드(128Gb MLC) 가격도 5개월 새 15.3% 내렸다. 초호황 국면에서는 메모리 가격 조정이 있어도 수요가 더 늘어 시장이 커진다. 하지만 지금은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출하량 증가가 없다. 금액 기준으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시장에서는 삼성·하이닉스 등 칩 메이커와 칩 구매자 간에 가격을 놓고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 칩 고객사들이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 칩 구매를 미루면서 가격 협상 단위도 분기에서 월로 바뀌고 있다”며 “내년 연간 D램 가격 하락 폭 추정치도 기존 16%에서 30%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메모리 수요가 부진한 데는 최근 2년(2017년 60%, 올해 30% 이상 전망)간 고성장에 따른 조정, 무역분쟁 등에 따른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D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올 3·4분기 기준)인 PC와 33.7%인 모바일의 경우 보급률과 신제품 판매부진을 보면 초과 성장이 어렵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품목인 서버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최근 2년 새 130%나 올랐다. 그 결과 D램에서 서버용 비중도 같은 기간 9%포인트가량 증가해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클라우드 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재고도 5.2주로 상승해 서버 D램 주문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눈높이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가파른 하락과 빠른 회복을 특징으로 한 ‘V형’보다는 약간 가파른 하락과 완만한 회복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기업의 서버 투자가 재개되고 인텔의 새 중앙처리장치(CPU)도 나와 서버 업그레이드 수요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5G 투자 수요 긍정적, 포트폴리오 내 질적 변화도 주목해야=그렇다고 메모리 시황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92개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20개 도시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상태다.

5G 투자, 인공지능(AI) 서버 등도 새 수요처로 꼽힌다. 인프라 투자라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 간 투자 경쟁이 예상된다. 노 센터장은 “서버의 연간 출하량은 1,500만대로, 스마트폰(15억대)·PC(3억대) 등과 비교하면 작지만 AI 서버의 경우 1대당 640GB가 달리고 가격도 고가”라며 “삼성·하이닉스 등 선두업체들이 이런 고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시장 성장도 봐야 하지만 그 안에서 질적 변화도 살펴야 한다”며 “우리 기업의 경우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격차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황을 가늠할 최대 리스크로 거시경제를 꼽는다. 내년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 등이 D램을 생산해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있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국내 업체의 적수가 되기에는 기술력 차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가 예상보다 클 경우 내년 하반기에도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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