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발유통 시장의 규모가 40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6조8,000억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신발시장이 큰 만큼 반품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과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여기서 비효율을 줄이면 틈새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선용(31·사진) 홀짝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신발 반품으로 소요되는 액수만 해도 약 15조원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신발을 반품하는 경우가 50~60%에 달해 정확한 신발 사이즈를 빅데이터로 측정한다는 취지로 ‘펄핏(Perfitt)’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홀짝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2016년 1월 고객의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소개하는 사업인 ‘펄핏’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비록 창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재단법인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제19회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900여명의 참가자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 대회를 만든 취지가 저 같은 여성 대표들이나 여성 예비창업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걸맞게 사업을 하는 모습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홀짝은 발 사이즈를 측정하는 키오스크를 국내의 유명 신발 브랜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키오스크에 고객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발을 집어넣으면 키오스크에 내장된 카메라가 발을 촬영한다. 이후 키오스크는 알아서 발 크기에 맞는 신발과 크기를 입력한 번호로 전달한다. 이 대표는 “키오스크에 발을 집어넣고 나면 250㎜짜리 A모 신발이 맞을 확률이 80%라고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홀짝은 올해 안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발 사이즈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앱을 켜고 발 사진을 A4용지와 같이 찍으면 키오스크와 똑같이 알맞은 신발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원리는 ‘표준 규격’에 있다. 발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키오스크는 표준화를 거쳐 만들었기 때문에 발만 집어넣으면 알아서 사이즈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에는 그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A4용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 대표는 “나중에는 기준 규격은 물론이고 양말 착용 여부, 페디큐어, 발 골, 발등 높이 등도 같이 반영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의 유명 신발 제조·유통 업체와 협업해 1만3,000여명의 발 사이즈 데이터와 신발 규격 정보를 수집했다.
이 대표가 ‘발 사이즈 측정’을 키워드로 삼은 것은 신발 반품에서 어마어마한 불경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신발 반품으로 소비자 만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업체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운송비·인건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애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미국의 e커머스 업체 ‘자포스닷컴’을 벤치마킹했다. 자포스는 정확하고 친절한 신발 반품 서비스로 유명한 신발 유통 사이트다. 이 대표는 “자포스는 신발 온라인 거래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사이즈 관련 문의를 소비자만족(CS)이라는 키워드로 풀었다”며 “우리는 그걸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1년간 신발과 발 형태와 관련한 빅데이터 수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만 제대로 축적된다면 발 사이즈는 물론 원하는 스타일까지 고려한 신발 추천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향후에는 e커머스 업체와 협업해 페이퍼뷰(PPV) 기반의 수익 모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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