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50대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은 조직쇄신과 함께 조용병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해 금융지주와 은행 간의 불협화음을 불식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남산 3억원 뇌물’ 사건과 관련해 위 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위증 혐의를 재수사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CEO 리스크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상 경질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신한 사태 이후 항상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과의 소통을 맡았던 진옥동 부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함으로써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경기가 어렵고 변화가 빨라 세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룹 이슈가 많아 (CEO 인사를 늦추면) 억측과 소문에 그룹이 휘말릴 것으로 이사회가 판단했다”며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고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인사를 빨리했다”며 내년 2월 말로 예정됐던 인사를 앞당긴 이유를 밝혔다.
실제 위 행장은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에 연루돼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08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으며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었던 위 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재수사를 권고했다. 위 행장이 신한카드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된 점도 연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조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신상훈 사장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이 올 하반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KB금융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조 회장과 위 행장의 ‘투톱체제’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조 회장이 ‘원신한’을 강조해왔음에도 실질적으로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회장 후보군에 거론될 수 있는 위 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동시에 퇴진하면서 2020년 3월이 임기인 조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연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지금 물러나는 CEO들은 모두 회장 후보군에 포함돼 나의 선량한 경쟁자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은 비은행 자회사 CEO 인사에는 세대교체와 함께 전문성을 초점에 뒀다.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는 외국계 생보사 CEO 경력 10년차로 차별화된 영업전략과 안정적 자산운용으로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등 탁월한 경영역량을 인정받았다. 또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사 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는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오랜 기간 채권 전문가로 지낸 뒤 2012년부터 신한금융의 S&T그룹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그룹 내 자산운용 분야 최고의 시장 전문가로 그룹 GMS 사업부문장을 맡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비전인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라며 “그룹 임직원 전체가 혼연일체 돼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황정원·김기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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