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임기를 세 달 앞둔 자신이 교체된다는 사실을 발표 2시간 전에야 전달받은 충격 때문이다. 실제 위 행장은 이날 면도도 하지 않아 평소 깔끔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당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위 행장은 “(교체 사실을) 갑자기 알게 돼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교체 사실은 자회사경영위원회가 끝나고 지주 이사회 시작 사이인 오후3~4시께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위 행장은 주말 사이 지인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마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위 행장은 “(아직까지) 답답하고 당황스럽다”면서도 “월요일에 정상 출근하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인수인계를 말한 것처럼 임기는 (내년 3월까지) 끝까지 마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특별히 죄지은 것이 없는데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하며 내년 3월 임기까지는 정상적으로 마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속내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위 행장은 “발표 전날 임원 인사를 논의하면서 (조 회장과) 같이 웃으며 말했는데 (교체대상이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사 시기가 앞당겨진 것에 대해서도 그는 “보통 2~3월에 인사를 하니 그때 결정 내리시겠지 했는데 3개월이나 앞두고 중도에 이렇게 되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런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또한 이번 인사를 놓고 신한금융그룹 측은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회장 후보군인 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중 4명을 바꿨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신한금융은 카드를 제외하고 은행·금투·생명 등의 최고경영자(CEO) 7명을 교체하면서 ‘세대교체’임을 강조했다. 실제 위 행장과 김형진 금투 사장은 2008년 이후 부행장 등 임원을 오래 해와 이번에 교체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를 조용병(1957년생) 회장과 위성호(1958년생) 행장, 김형진(1958년생) 사장 등 포스트로 꼽히는 후보군이 모두 1950년대생이어서 임영진(1960년생) 신한카드 사장, 진옥동(1961년생) 신한은행장 내정자(신한금융 부사장) 등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 행장은 자신을 포함한 김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는 차기 회장 후보군인데 세대교체를 이유로 한꺼번에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서운함을 내비친 것이다.
위 행장이 ‘임기 고수’를 고집한 것과 관련, 위 행장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면서 조 회장과 각을 세울 경우 1차 신한사태에 버금가는 내홍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계열사 이사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회장의 인사권이라는 점에서 거부할 명분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후임 행장에 대한 소프트랜딩을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면서 현재로서는 우려했던 내홍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진 신임 행장 내정자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조 회장과 위 행장을 모시고 진중하게 하겠다”면서 “위 행장과 붙어 다니며 조직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 후폭풍을 소프트랜딩 시키는 것이 진 행장의 최대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3개월간 위 행장과 진 신임 행장 내정자가 ‘동거’하면서 원보이스를 내는 데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이 바뀔 예정이라 본부 주요 부서를 중심으로 내년 사업 방향대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장 교체로 굉장한 충격을 받은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에 따라 조직이 어수선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정원·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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