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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 문제 수십년 헛바퀴...'고르디우스 매듭' 이번엔 풀리나

중·하류 취수원 이전 문제로

대구-구미, 경남-부산 대립

하굿둑 개방 놓고도 시끌시끌

정부 '수질 개선' 나선다지만

지역갈등 골 깊어 난관 예상

부산과 대구, 울산 등 주요 대도시를 관통하는 낙동강은 1,300만 명의 생명줄이자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의 출발점이다. 장장 510㎞를 따라 광범위한 유역에 걸쳐 흐르다 보니 상류에서는 댐 건설을 두고, 중류와 하류에서는 취수원을 둘러싸고 수십 년째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내년 핵심 과제로 미세먼지에 이어 물 이용 문제를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수질 개선과 더불어 대화와 소통으로 꼬인 매듭을 풀 방침이지만 지역 간 골이 워낙 깊어 난관이 예상된다.

25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낙동강은 한강이나 다른 강과 달리 본류 전체가 상수원인데다 중·상류에 대규모 산단이 자리해 있어 수질 관리 여건이 열악하다. 대체 수자원 개발마저 어려운 형편이라 국내 물 이용 부문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상류에서는 댐 방류 문제로 시끄럽다. 영주댐은 강 상류의 깨끗한 물을 저장하다 낙동강 수질이 나빠질 때 흘려보낼 목적으로 2016년 완공됐다. 그러나 물을 가둬보니 녹조가 생겼고 수질마저 악화하면서 올해 들어 수문을 모두 열었다. 낙동강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단추인 담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셈이다.





중류와 하류는 취수원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대구시는 문산·매곡 취수장 물을 식수로 쓰는데 이보다 상류에 있는 구미 산업단지에서 폐수가 흘러나올 우려가 있다며 취수원을 더 위로 옮기고 싶어한다. 1991년과 2008년 ‘구미 산단 페놀 유출’ 트라우마도 여기에 한몫한다. 반면 구미시는 대구 취수원의 물 수질이 기준(2급수)에 적합하고 유량도 풍부하다며 반박한다. 또 취수원을 이전할 경우 다른 하류 지역까지 상류로 취수원을 옮기려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남과 부산도 비슷한 문제로 싸우고 있다. 부산은 하류에 위치한 탓에 폐수가 이미 섞여 들어온 낙동강 물을 고도 정수해 마신다. 지역에서는 ‘가장 더러운 물을 비싼 값에 먹는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이 때문에 경남 진주 남강댐 물을 끌어 쓰고 싶어 하지만 경남에서는 홍수 위험과 지하수 고갈을 우려해 반대한다. 결은 다르지만,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부산 기장군에 2014년 만든 해수 담수화 시설은 11㎞ 떨어진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개점휴업’ 중이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놓고는 부산과 울산이 엇박자를 낸다. 부산은 녹조와 재첩·장어 등의 생태계 단절 문제로 하굿둑을 열자고 하지만 울산은 바닷물이 유입돼 낙동강 염도가 높아지면 정수 비용이 높아진다며 고개를 젓는다.

곳곳이 ‘화약고’인 낙동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본류 전체의 수질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근본적인 갈등의 씨앗을 먼저 없앤다는 것. 화학물질을 배출원부터 취수원까지 단계별로 감시하고 취수원 인근 지역의 입지규제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실행 계획도 내걸었다. 또 쟁점 구간별로 취수원 이전, 대체 수자원 개발 등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가능한 방안을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푼다는 방침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낙동강 물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라며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십 년 동안 갈등이 이어져 온 만큼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영남 주민 삶에 직결된 이슈여서 관심이 상당하다”며 “해결 여부가 지역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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