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실패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첫 출근길에 자신을 교체한 신한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현 행장과 차기 행장이 공존해야 하는 3개월간 조직 내부 혼란과 후폭풍이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다만 27일로 예정된 은행 이사회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이사진 구성을 감안할 때 위 행장이 향후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행장은 2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은행장이 됐을 때보다 더 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는데 대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며 본인의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답답하고 당황스럽다”면서도 “월요일(24일)에도 정상출근하고 임기는 끝까지 잘 마무리하겠다”고 발언했던 그가 ‘인사항명’에 가까울 정도로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다. 위 행장은 24일 돌연 휴가를 쓰고 본인의 행보에 대해 주위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임기 3개월이 남았는데 왜 인사를 했는지 의문이고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면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강조한 ‘세대교체론’을 적극 반박했다. 조 회장이 차기 회장 경쟁자를 사전에 쳐냈다는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위 행장은 또 “남산 3억원 이슈가 퇴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위 행장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룹 CEO의 인사권인 만큼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신한은행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CEO에 대한 자격요건 부합 및 적합성 여부 심사를 거쳐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의 최종 선임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위 행장과 황국재·황선태·인호·이성우 등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위 행장은 본인의 연임이 아니어서 모든 이사 후보 추천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나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이사회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지주 이사회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완주하더라도 내홍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 행장이 “후임 내정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미뤄 공존하는 동안 정상적인 인수인계가 가능하겠느냐는 시각과 함께 오히려 내년 3월까지 내부 불협화음만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위 행장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리디파인’과 ‘디지털’ 조직의 경우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며 사실상 내년 1·4분기 영업이 힘들어질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아울러 위 행장은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향후 회장직 도전을 위해 그 이상의 파장을 일으켜서는 좋을 게 없다는 실리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로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다. 한발 물러나 후사를 도모하려고 하더라도 사외이사진과 각을 세운다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인사를 진행한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회장추천위원회의 구성원은 상당수 겹친다. 현 이사진이 사실상 2020년에 차기 지주 회장을 선임하게 된다는 얘기다. 자경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 회추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지는데 사외이사 2명이 자경위와 회추위에 모두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도 향후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시스템상 개인(위성호)이 불만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당장 어떤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경계심을 가질 단계는 아니나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원·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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