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갈등설에 시달렸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9년도 신년사를 놓고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두 사람은 부인하고 싶겠지만 소비자 보호부터 감독 방향, 중점 정책에 대한 무게중심이 서로 엇갈린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각각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시장의 자율과 창의를 제약하는 낡은 틀을 버리고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와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규제환경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암묵적 규제, 보신적 업무 처리, 과중한 검사 제재 등 혁신의 발목을 잡는 금융감독 행태도 과감히 개선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반면 윤 원장은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여파로 금융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금감원은 쓸모 있는 금융, 금융회사 내부통제 및 시장질서 확립, 그리고 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이야기 같지만 최 위원장은 혁신에, 윤 원장은 규제에 더 무게를 둔 듯한 인상이다.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영업행위 규제, 민원 처리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금융서비스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반면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는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 강화와 사후적인 소비자 보호의 실효성 제고 노력 지속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사의 행위 규제에 앞서 전체 소비자에 이익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보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윤 원장은 개별 소비자의 이익침해에 대해 금감원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원장은 “감독해야 할 금융회사 수가 늘고 금융상품도 많아져 본격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두 수장의 신년사 모두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혁신을 추구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각각의 무게중심과 해법이 다르다 보니 시각차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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