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위기의 순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사고방식과 행동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김 회장은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4년 넘게 꾸준히 준비해 온 GLN(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서 “요즘 다양한 플랫폼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결국 결제와 어떻게 연계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데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제된다면 우리도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ICT 기업인 라인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뱅크 사업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닥과 노키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김 회장은 사회적 니즈를 발굴해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그룹 디지털 전환선포를 통해 일하는 방식과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손님데이터 관리를 위한 체계를 구축했다”면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수익 시현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 손님의 사회적 니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휴대폰으로 약품의 진위를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미국의 스프록실이라는 회사의 사례를 들며 큰 자본이나 새로운 기술 없이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니즈를 잘 간파하면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세대뿐 아니라 웰리빙(웰다잉), 싱글족과 같이 각 그룹별 사회적 니즈를 파악하고 개인적 차이에 대한 미세조정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격변의 시대에는 ‘당연함’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과,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규칙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임종 직전의 아버지가 아들 3형제에게 돼지 17마리를 유산으로 물려주면서 첫째 아들은 1/2, 둘째 아들은 1/3, 셋째 아들은 1/9로 나누라고 유언을 남겼던 일화를 소개하며 ‘희생정신과 협업’을 강조했다. 세 아들은 아무리 고민해도 아버지의 유언대로 돼지를 나눌 수가 없어 삼촌에게 찾아가 상의했더니 삼촌이 본인이 가진 돼지 한 마리를 줬고, 그러자 전체 18마리 중 첫째 9마리, 둘째 6마리, 셋째 2마리로 나눠 주고도 심지어 한 마리가 남아 다시 삼촌에게 돌려줬다. 삼촌이 본인의 돼지를 줌으로써 세 아들은 유언대로 돼지를 나눌 수 있었고, 원래 몫인 8.5마리, 5.7마리, 1.9마리보다 더 많이 받아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회장은 “그 동안 우리는 협업을 강조하면서도 양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멈칫 하다가 협업의 결실을 맺기가 어려웠다”며 “전 그룹사가 서로에게 ‘18번째 돼지’가 돼 희생하고 양보한다면 행운을 가져다 주는 ‘황금 돼지’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