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 우시 공장에 초미세공정의 전 단계 공정이 가능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도입했다. 반도체 경기가 지난 2018년 정점에 오른 뒤 2019년부터 하향세로 접어든다는 전망 속에도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준공,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검토 등과 함께 중국에서도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독점 시비를 걸고 있는 중국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중국 현지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에서 D램 생산에 사용될 DUV 장비 반입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도입된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NXT2000i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의 가격은 수천만 달러에서 최대 수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 확장 이후 미세공정 가동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DUV 공정은 이천 M16 공장에 적용된 극자외선(EUV) 공정(10나노급)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공정이다. 다만 여기에 ASML은 최첨단 EUV 장비 NXE3400B를 사용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현지언론을 통해 전했다. 향후 우시 공장에 EUV 장비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EUV는 주로 시스템반도체 쪽에서 쓰이는 상황”이라며 “이천과 달리 우시 메모리반도체 공정에서 EUV의 본격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DUV 장비는 현재 D램 미세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마이크론 역시 불화아르곤(ArF) 광원을 사용하는 DUV 장비로 D램을 생산한다. EUV 공정으로 생산된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DUV 공정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이크론의 계산이다. 미세한 회로 패턴 구현을 위해 여러 번 패턴을 그려야 하는 DUV 장비와 달리 EUV는 싱글 에칭으로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어 효율적이지만 엄청난 가격이 부담이다. 다만 이번에 우시 공장에 들어간 NTX2000i는 여러 번 패턴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한 최신 제품이라는 게 ASML 측의 설명이다.
우시 공장에 반입된 ASML의 노광장비는 중국에 처음 도입되는 최신 제품이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최신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ASML의 노광장비가 도입된 것도 지난해 5월이 처음이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첨단장비 반입에 대해 중국 당국의 반도체 반독점 조사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반독점 조사에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최대 80억달러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톈진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하면서도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중국 투자를 늘리는 것 역시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D램을 생산하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보니 그런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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