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금융공기업에 도전했다 쓴 맛을 본 취업준비생은 실망하기 이르다. 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캠코),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이 매년 해 왔듯이 오는 3월부터 다시 공채에 나설 가능성이 커서다. 지난 해의 경우 상반기 270여명, 하반기 680여명 등으로 나눠 채용했다는 점에서 ‘벚꽂 채용’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공기업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예전처럼 상·하반기로 나눠 채용할 계획이어서 작년 규모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상황이어서 금융공기업의 상반기 채용규모는 지난 해와 비슷한 3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아직 목표 기업과 직군 등을 정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금융공기업별 채용전형과 필기시험 출제 경향 등을 검토해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금융공기업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는데 지역인재 할당과 스펙보다 업무능력 중시 등 회사별 인재 선발 방식이 다양한 만큼 끝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도 유리하다는 게 채용담당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실제 주택금융공사는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이 높다. 주금공은 지난해 전체 채용인원의 35% 이상을 비수도권 인재로 채용했고, 이중 부산지역 인재를 20% 내외로 선발했다. 캠코는 1박 2일 합숙면접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한다. 단체활동, 직무 PT(Presentation), 그룹 토론 등에 강점이 있는 지원자라면 적극 노려 볼 만하다.
지난해 상반기 170명을 채용했던 기업은행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직군을 별도로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핀테크·인공지능·빅데이터 분야가 중요해 지면서 과거 IT 관련 전공자와 경험자로 한정했던 IT분야 대신 디지털 분야를 신설해 이공계열과 자연계열 전공자(IT 근무 경험자 포함)로 지원 자격을 확대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작년 상·하반기 신입 합격자 가운데 디지털 직군 소속이 각각 45명과 50명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눈여겨 볼 것은 기업은행이 작년 상반기부터 도입·시행중인 마인드맵 스피치 면접이다. 이 면접은 각 개인별로 서로 다른 질문을 받은 뒤 논리와 추론, 응용력을 발휘해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인데, 처음 접하게 되면 당황할 수 있어 수차례 반복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작년 상반기 기업은행 공채에 응시했던 한 취준생은 “당시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스타벅스 명동점에서 판매되는 아메리카노는 몇 잔인가’라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함께 응시했던 지원자들이 당황했던 적이 있다”며 “지원자가 생각하는 답을 얻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정답을 도출해내는지를 보는 것인데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면접관과 지원자 2대 1로 진행하는 개별면접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만 답변 과정에서 스펙을 나열하기 보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솔직한 생각을 어필하는 게 유리하다고 채용담당자들은 조언했다. 직무수행능력 평가도 문턱이 높은 관문중 하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무수행능력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근 3~6개월간 신문 사설과 각종 토론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보며 지원 분야의 시사상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필기시험 준비에 한창인 지원자들은 전년도에 출제된 문제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특정 공기업 입사를 지망하더라도 금융공기업 필기시험의 출제의도와 평가기준은 큰 틀에서 비슷한 만큼 전반적인 출제 경향을 파악할수록 효과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경제 시사는 물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필기시험 공통 논술주제로 ‘우리 사회 갈등 심화 현상과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차 필기시험 논술문제로 ‘한계기업·자영업자 어려움 해결방안’과 ‘공정사회를 위한 집단규율’ 중 한 가지를 정해 쓰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의 인구감소 추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상하고, 경제적 변화와 기술적 변화가 이 문제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서술하도록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핀테크(금융+기술)와 양적완화(QE)를 제시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나이와 학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채용담당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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