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2018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바이크는 뭘까? 정답은 이미 첫 사진에 나와있는 대로 혼다의 PCX입니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저도 몇 년전에 타본 기억이 나네요(변변찮은 시승기는 두유바이크 10회 클릭).
너무 3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보니 좀 식상하긴 합니다. 그래서 다른 주요 브랜드들에도 작년 판매량과 베스트셀링 모델이 뭔지 알아봤습니다. 회사 정책상 판매량을 잘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든(?!) 알아봤습니다.
일단 제일 많이 팔린 브랜드는 여전히 대림오토바이(2만대 이상).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안 나왔지만 2위사가 대림을 1위로 이미 인정했습니다(…?). 대림은 최고 인기 모델 ‘시티베스트’를 필두로 상용 이륜차 시장 중심의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림과 함께 양대 국산 이륜차 기업인 KR모터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8,029대를 판매했습니다. 제일 많이 팔린 모델은 ‘비버125V’라고 합니다. KR모터스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올해는 GV125S(국내 모델명 미라쥬) 신차를 필두로 국내외에 다양한 배기량의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대림에 이어 국내 판매량 2위를 차지한 회사는 물론 혼다코리아(2만1,556대)입니다.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처음으로 연 판매량이 2만대를 돌파했다네요. 수입 모터사이클 업체의 2만대 돌파 역시 혼다가 처음입니다. 그리고 2만1,556대 중 무려 9,763대가 PCX입니다. 혼다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많이 팔았으니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PCX에만 집중되는 감도 있어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CBR 시리즈, CB시리즈, 골드윙, 아프리카트윈, 슈퍼커브 등 다양한 라인업이 갖춰져 있으니까요-정말 쓰다 보니 생각보다도 더 많은 것입니다(…).
그리고 스즈키가 약진했습니다. 한 해 동안 4,000여대 가량 판매한 가운데 GSX R1000, 브이스트롬650, GSX-S750이 각각 국내 리터급, 미들급 어드벤처, 미들급 네이키드 카테고리에서 1위를 휩쓸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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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BMW모토라드. 아무래도 비싼 바이크다 보니 판매량이 많은 편은 아닌데, 그나마 2017년 2,365대에서 지난해에는 2,175대로 줄었습니다. 인증 문제로 신차 판매 시기가 늦어진 탓으로 보입니다. 2018년에 제일 많이 팔린 모델은 ‘우주명차’ R1200GS 어드벤처입니다. 모두가 1200어드방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풀 네임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 바이크는 정말 전국 국도에서 숱하게 본 것 같은데 정작 작년 연간 판매량은 290대로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아니면 1200어드방 오너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걸까요? 설득력 있는 추론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 봅니다.
할리데이비슨은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 물어물어 알아본 결과 역시 2,100대 규모입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여남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언883™(XL883N)입니다. 두유바이크 시승기가 궁금하시면 52회를 클릭해주세요. 사실 시승한 날이 너무 추웠어서 정신이 혼미했습니다만, 날렵하고 젊은 감각의 디자인인데도 아메리칸 감성은 충만한 바이크라는 인상만은 선명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 가와사키와 KTM은 지난해 판매량이 각각 850대, 350대라고 합니다. 가와사키는 연간 판매량이 2017년 650대였는데 많이 늘었습니다. “매년 20, 30%씩 판매량이 늘고 있어 올해에는 1,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가와사키 수입사인 대전기계공업 관계자(각각 다른 기종으로 라임그린 2대 보유중인 광인)의 설명입니다. 가와사키‘중공업’그룹답게 저배기량은 거의 내놓지 않는 가와사키는 ‘닌자400’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라고 합니다.
KTM은 역시 ‘390듀크’가 지난해 최고 인기 모델로 꼽혔습니다. 저도 390듀크를 타고 있고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이 샀지만(?!) 진짜 좋은 차입니다. 바이크 입문 희망자와 아는 라이더 모두에게 잡숴보라고 끊임없이 권하고 있는데 불개미 색깔과 디자인 때문에 호불호가 좀 갈리기는 합니다. 겨울이 다 돼서야 125듀크가 국내에 출시됐는데, 새해 선전해서 오렌지 패밀리를 많이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은 10년째 연간 판매량 10만대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이륜차 신규 등록도 9만8,642대에 그쳤다고 합니다. 정말 ‘고인 물’ 같은 시장입니다. 그 와중에 취미용 중대형 바이크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2종소형 취득자도 매년 6, 7%씩 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허스크바나, 트라이엄프, 로얄엔필드 등 매니아층을 거느린 브랜드들이 정식 수입을 재개했거나 예고했다는 점도 뜻깊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팔아줘야 저도, 독자분들도 선택지가 넓어지니까요. 거의 팔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굽신굽신…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시장이 앞으로도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뜬금)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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