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직을 공식화하면서 15일 열리는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에 따라 DGB금융의 내홍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추위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안을 부결하면 김 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퇴진 요구로 이어질 수 있고 결정을 유예하거나 승인하면 노조나 지역 여론의 반발 등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15일 김 회장이 제안한 대구은행장 겸직안의 수용 혹은 부결을 놓고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1월10일자 9면, 11일자 10면 참조
당장 대구은행 2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노조와 전 임직원 그리고 지역사회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15일로 예정된 은행 임추위가 겸직 불가를 만장일치로 결의할 것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 8일과 11일 개최된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해당사자가 개입했다며 김 회장의 ‘셀프 겸직’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 이사회가 갖고 있던 은행장 추천권을 지주 자회사 자추위가 갖는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입했다. 자추위 구성원이 김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5명이라 이 결정으로 회장 스스로 행장을 선임하면서 후보가 되는 형태가 돼버렸다. 실제 김 회장은 두 차례 열린 자추위 중 마지막 표결에서만 빠졌고 본인의 겸직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개입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익명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이 본인을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 과정에서 부적절하다고 비방하고 나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제왕적 체제를 구축해 지배구조 문제를 불러일으켰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시스템을 바꾼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에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KB금융이나 신한금융·하나금융 등 국내 모든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지난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를 배제하는 등 사실상 ‘셀프 연임’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DGB금융의 경우 김 회장이 ‘황제경영’ 논란에도 불구하고 회장·은행장 겸직을 고집하면서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금융당국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3월 말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수사 등으로 퇴임한 후 지금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하며 선임을 미뤄온 것도 결국 외부 인사인 김 회장이 처음부터 겸직을 염두에 둔 노림수였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노조와 은행 내부에서는 취임 당시 겸직하지 않고 지주와 은행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 체제라고는 하지만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르면 CEO 자격요건이 강화돼 임원경력 5년 이상이 돼야 은행장에 도전할 수 있고, 회장직의 경우 임원경력이 8년 이상 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임원 임기가 3년에 불과해 5년 이상 임원 경력은 사실상 김 회장이 장기집권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주 회장 역시 2021년 5월 김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요건을 갖춘 후보가 제한적이어서 겸직과 연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논란이 증폭되면서 15일로 예정된 은행 임추위가 제대로 열릴지도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노조의 반발과 지역 여론을 감안하면 임추위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안을 부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추위가 겸직안을 부결하면 김 회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아 퇴진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결정을 유예하거나 승인해도 노조 반발 등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장기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부 동요와 고객 이탈 등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15일 임추위가 1주일 정도 연기돼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이전에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또한 김 회장이 임추위를 상대로 겸직 불가피성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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