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유럽 최대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로부터 주방 후드(환풍기)와 쿡탑(전기레인지)을 독점 공급 받아 가전과 가구가 결합된 프리미엄 부엌가구 패키지를 본격 선보인다. 국내 가구 회사 중에서 후드·쿡탑 등 주방 품목을 부엌 가구 패키지로 구성해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최근 일렉트로룩스와 주방후드(환풍기)·쿡탑을 공동 개발해 자사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와 ‘유로’에 적용하기로 했다. 후드와 쿡탑은 한샘이 엔텍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일렉트로룩스의 국내 생산을 맡고, 싱크볼(개수대)과 수전(수도꼭지)은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제작한다. 양사는 오븐과 식기세척기도 순차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국내 부엌가구 시장은 가전과 가구가 빌트 인 형태로 합쳐지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하나의 브랜드가 후드·쿡탑·싱크볼·수전 등을 부엌가구 패키지로 판매하는 경우는 없었다. 품목 별로 업체들이 다양하고 디자인도 제각각이어서 부엌가구를 패키지로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샘이 일렉트로눅스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렉트로눅스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가전 그룹이다. 일렉트로룩스·아에게·자누시·유레카·프리지데어·몰텐 등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직원 수만 5만5,400명에 이른다. 김덕신 한샘 키친바흐 전무는 “이번 협업의 키워드는 부엌가구의 ‘원 브랜드 풀 패키지화’에 있다”라며 “그동안 부엌 세트의 판매가 여러 제조사들이 만들어 놓은 단품을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조합해 판매하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한샘의 전국 매장에서 부엌과 가전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쉽고 간편하게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일렉트로룩스와의 초기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상품을 개발 중이다. 쿡탑 신제품에 적용될 ‘슬라이드 컨트롤’도 국내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통상 전기 쿡탑은 터치를 통해 숫자로 온도를 조절하지만 한샘은 슬라이드 방식으로 바꿨다.
후드와 쿡탑을 서로 연동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조리를 위해 쿡탑을 켜면 자동으로 후드가 작동하고, 화력에 따라 후드도 강약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풀 패키지로 구성된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편의성,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 수 있다는 게 한샘 측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협업 제품 출시를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목동플래그샵을 찾은 다니엘 알러(Daniel Arler) 일렉트로룩스 아시아퍼시픽·중동 지역 최고경영자(CEO)도 양사의 협업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알러 CEO는 일렉트로눅스그룹의 2인자로, 이번 방문은 일렉트로룩스의 한국 총판 및 국내 판매 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엔텍’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그는 “한샘은 품질과 디자인, 서비스, 시공 등 모든 면에서 유럽 명품 가구회사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올 상반기 안에 한샘과 함께 가구와 가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부엌 패키지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렉트로룩스는 전 세계 주방기기 시장에서 매스티지(Masstige·가격은 명품에 비해 싸지만 품질면에서는 명품에 근접한 상품) 수준의 브랜드 파워로 고품질 제품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레인지 후드와 쿡탑으로 이어지는 주방기기의 모든 라인업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일렉트로눅스는 한국 가구 1위 업체인 한샘을 통해 파이가 커지는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고 한샘은 유럽 명품 가전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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