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여전히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이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가 급격하게 성장한데다 지난 2016년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판매 부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니 부품인 변속기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초 현대트랜시스는 2014년께 2공장을 완공한 뒤 2~3년 안에 3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친환경차용 변속기 수요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역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친환경차 시장은 전년 대비 60%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도 “중국은 친환경차용 변속기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시장으로 앞으로 변속기 시장 트렌드 변화를 주도할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2025’ 발전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0년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200만대 수준으로 보고 자체 브랜드 차량 판매 100만대 혹은 시장점유율을 70%에 이르게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경쟁력은 지금 시작해봤자 유럽이나 미국·일본·한국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전기차 시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상황이다. 자국의 풍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쏟아부은 보조금만 480억달러에 달한다. 내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지만 이는 정책 포기가 아닌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는 중국의 비야드(BYD)이며 전기차의 심장인 2차전지 생산능력도 CATL 등 중국 기업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중국은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췄으니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로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를 생산하게 하겠다는 의지다. 중국 정부가 2016년 기준 판매업체당 평균 6.7ℓ/㎞인 연비 기준을 2020년 5ℓ/㎞, 2025년 4ℓ/㎞, 2030년 3.2ℓ/㎞ 등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연간 3만대 이상 생산·판매하는 기업의 친환경차 비중을 최소 10% 이상 채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이제 중국 정부가 제시한 ‘룰’을 지키기 위해서 친환경차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테슬라 등 26개 업체가 중국에서 현재 최소 32개의 신규 자동차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들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전기차 규모는 연간 750만대를 웃돈다. 중국 시장의 중장기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친환경차 생산업체들의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장 설립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이 사드 후폭풍이 불어닥친 이후 중국에 처음 건설한 생산시설이 ‘친환경차용’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환경 규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재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중국 생산시설을 전기차 생산시설로 교체하고 이를 통한 추가적인 친환경차 부품공장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당장 추가 공장을 설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부진을 타개하려면 결국 중국에서 살아나야 하는 만큼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