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도 보복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무역수지가 최대 98억 달러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국산만 25% 관세를 맞고 유럽연합(EU)·일본 등이 관세 면제를 받으면 무역수지는 86억 달러 나빠지고 총생산은 8.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상무부가 오는 2월 중순까지 ‘외국수입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과 관련해 고율의 관세 부과 국가를 결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 정부가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1995년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2017년 부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와 더불어 EU·일본 등이 전부 면제 대상국에 포함되지만, 한국이 그렇지 못할 경우 총생산 감소 폭은 8.0%였다. 무역수지악화 규모는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매길 경우 54억 달러, 미국만 관세를 매길 경우 86억 달러로 분석됐다. 86억 달러면 한국은행 취업유발계수 단순 적용 시 약 10만 명의 고용 감소 효과에 해당되는 것이다. 미국이 수입산 전체에 대해 관세를 일률적으로 때리게 되면 우리의 총생산 감소폭은 4.4%, 무역수지 악화 규모는 52억 달러였다. 특히 상대국들이 맞대응 성격의 보복관세를 매기면 우리의 무역수지 악화 규모는 98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캐나다, 멕시코와 한국이 면제 대상국에 포함되나 EU와 일본이 그렇지 않은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총생산은 4.2~5.6%까지 증대돼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우리의 자동차 무역수지는 41억∼72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제1의 한국 자동차 수출 시장으로 한국이 고율 관세 부과의 직격탄을 맞을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결국 우리로서는 국제 사회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의 자동차 산업 적용을 막기 위한 외교·통상 협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월 중순 미 상무부의 관련 보고서가 제출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관세 부과는 대통령의 최종 결정 이후 15일 이내에 시행된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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