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003800)가 1위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은 우리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한 고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기업가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일 것입니다.”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안유수(89·사진) 에이스침대 회장(에이스경암 이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고향이 북한 황해도 사리원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16세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남쪽으로 피난 와 1963년 29세 젊은 나이에 에이스침대 공업사(에이스침대 전신)를 설립했다. 2003년 장남인 안성호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전까지 40년 간 회사를 일구며 침대업계에서 ‘에이스 신화’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쯤 되면 ‘내가 잘 나서’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안 이사장은 오히려 반대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복지재단 에이스경암 이사장으로 그동안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주기에 분주하다.
매년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쌀을 기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에이스경암은 23일 성남시청에 지역 독거노인 4,460세대와 소년소녀가정 147대에 등 총 4,067세대에 써달라며 백미 4,606포(4만6,060kg)를 기탁했다. 시가로만 1억 1,000만원에 이른다. 안 이사장은 지난 1999년부터 21년째 불우한 이웃을 위한 백미 기부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한 백미 누적량은 9만 2,000여포(92만kg)로 18만 명(1인당 한달 쌀 소비량 5.1kg 기준)이 한 달 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안 이사장은 21년간 쌀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며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정 등의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안 이사장은 1994년 성남 경로회관을 시작으로 2003년에도 이천에 에이스경로회관을 짓는 등 26년 째 노인복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로회관은 지역의 불우노인 및 독거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노인들의 여가 생활을 위해 컴퓨터실·대형TV·노래방 등 편의를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안 이사장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노인을 위한 복지를 국가에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젊은 시절 국가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노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에이스침대도 세계적인 침대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이 소방관 처우 개선에 관심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평소에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고생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2010년부터 부상 소방관 치료비와 사기진작 격려금, 순직자녀 장학금에 써달라며 꾸준히 기부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 15억 원에 달한다.
안 이사장의 생전에 가장 이루고 싶어하는 소망은 고향인 사리원에 침대공장을 짓는 일이다. 안 이사장은 피난 과정에서 부모와 형제와 생이별을 했다. 스스로 ‘유년기와 소년기는 사리원에서, 나머지 인생은 부산과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만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고 깊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전만 하더라도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에 적극 참여했다. 에이스경암 관계자는 “안 이사장은 1997년 묘향산 국제친선 전람관에 가구 지원을 시작으로 2000년부터는 고향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사리원 예술극장과 사리원 38여관에 각종 가구류와 건축자재를 지원했다”며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와 남북경협 활성화를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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