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의 KTX역에는 ‘느린 우체통’이 있다. 자기 자신이나 친구·가족 등에게 엽서를 쓰면 1년 뒤에 보내준다. 지난해 가을에 나에게 엽서를 보냈다. 지금보다 나아진 1년 후의 나를 생각하며 10여장을 썼다. 엽서를 받을 날이 아직 멀었지만 과연 몇 개나 맞을지 벌써 궁금하다.
몇 달 지나지 않은 지금 솔직히 겁이 난다. 이대로라면 지난해의 내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습관의 관성이란 참 무섭다. 시작은 생각이다. 좋은 생각은 좋은 행동으로, 좋은 행동은 좋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습관은 운명으로 연결된다. 선순환의 고리다. 반대로 나쁜 생각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사석에서 하는 험담이나 잦은 푸념과 망상 등은 나쁜 행동으로 이어져 나쁜 운명으로 귀결된다. 골목 가게 잡화상의 딸로 태어나 영국 지도자에 오른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이러한 연결고리를 평소 강조했다.
좋은 생각은 모든 종교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도덕률과도 이어져 있다. 100년 전 생각의 위대한 힘에 대해 책을 쓴 영국의 제임스 앨런이 여전히 우리에게 위대한 작가로 남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뜨고 있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양자(quantum)는 원자 내에서 원자핵을 돌고 있는 전자(electron)처럼 아주 작은 소립자들을 말한다. 과학적 실험에 따르면 양자는 ‘관찰’이라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특이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은 양자들로 구성됐고 양자들은 자기 주인인 인간의 생각을 읽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딱히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결론은 좋은 생각에 따라 좋은 행동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경제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다. 호황을 계속하던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 지난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7%에서 3.5%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경기에 연동된 국내 실물경제도 녹록지 않다. 경기 실물지표가 하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곳간이 비어가니 사람들의 마음도 날카로워져 간다. 경기가 어려우니 괜스레 남 탓을 하거나 누군가를 더욱 미워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도덕, 그리고 명예심이다. 법과 제도는 후차원적인 문제다. 법과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며 인간의 행동은 생각이 결정한다. 그래서 개개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남 탓해봐야 덕 될 것 하나 없고 좋은 생각을 해서 손해 볼 것 하나 없다.
춥고 힘든 계절이지만 나쁜 생각은 사회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정읍역 무료 엽서에는 더 나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담겼다. 엽서를 쓴 모든 이들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들처럼 좋은 생각을 해나간다면 우리 사회도 조금 더 건강하게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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