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은 25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KB를 믿고 거래하고 계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데 노동조합과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임금체계는 노사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사제도 TFT를 구성해 저임금직군(L0)으로 전환된 직원의 근속연수 인정 및 페이밴드를 포함한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향후 5년 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TFT 종료 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현행 페이밴드 제도를 완화하는 것으로 노사가 의견을 모았다. 2014년 11월 1일 이후 입행한 직원에 대한 페이밴드 상한을 직급별로 현행보다 5년씩 완화해주는 식이다.
앞서 노조가 이달 말로 예정됐던 2차 파업을 철회하면서 합의점에 거의 이르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노사는 지난주 말까지 페이밴드를 제외하고는 절충점을 찾으며 막판 협상을 이어갔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부점장급과 팀장·팀원 등 모든 직급에서 만 56세에 도달한 날의 다음달 1일 진입으로 일원화하되 팀장·팀원급 직원들에게는 6개월 재택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연수비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부점장급은 ‘만 55세에 도달한 다음달 1일’, 팀원급은 ‘만 55세 도달한 다음해 초’로 돼 있다.
아울러 임금 인상률은 노조가 요구했던 일반직은 2.6%, L0 직군은 5.2%로 합의했다. 또 논란이 됐던 성과급은 300%(보로금 250%+시간외수당 50%)로 합의를 이뤘다. 다만 전액 현금 지급은 아니고 통상임금의 150% 상당 현금과 100% 상당 우리사주 무상지급, 50%에 해당하는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더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KB국민은행은 3년 이상 근무하고 일정 연봉보다 낮은 전문직무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실적이 낮은 점포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후선보임제도도 후선보임 점포장 비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측이 한발 물러섰다. 또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위한 PC오프제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주52시간 대비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도입, 유연근무제 태스크포스(TF)팀 가동 등도 양측 모두 동의했다.
이처럼 국민은행 노사가 중노위 조정을 거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타격이 크다. 노조는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여론 비판과 함께 ‘유휴인력’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은행 측은 상당 기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영업 전선에 영향을 불러와 고객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5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현재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어서 사실상 책임을 뒤로 미룬 것”이라며 지난 8일 파업을 계기로 노사 모두 고객 신뢰를 상실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잠정 합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인 국민은행장은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고객이 중심이 되는 국민은행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더 이상의 국민과 고객의 피해만은 막아야 했기에 노사 양측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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