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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했던 中 푸젠진화는 왜 D램사업을 접어야 했나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은 말 그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다. 하지만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반도체 수입액이 석유 수입액보다 훨씬 많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쳐온 이유다. 실제 중국은 반도체 종속을 벗어나기 위해 2025년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처럼 야심만만했던 중국의 ‘D램 굴기’를 주도해왔던 푸젠진화가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젠진화와 함께 D램 개발을 같이해온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UMC가 관련 팀을 해체하면서 푸젠진화도 사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인 푸젠진화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①D램 시장 사수에 집중하고 있는 美=중국의 낸드플래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D램은 푸젠진화(서버용)·이노트론(모바일용)이 이끌고 있다. 낸드의 경우 지난해 32단 제품(한국 업체는 90단 제품)을 내놓았지만, D램은 아직 제품도 공개하지 못한 상태다. 낸드에 비해 기술 진전이 더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은 낸드 업체가 아닌 D램 업체 푸젠진화를 집요하게 문제 삼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메모리 중에 시스템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D램이라고 말한다. 낸드는 일종의 저장창고에 가까워 기술 개발의 난이도와 시장의 중요도를 놓고 볼 때 D램을 더 높게 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의 D램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으면 미래 반도체 시장도 지킬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미국의 레이더망에 걸린 게 푸젠진화”라고 말했다.



②美의 장비 수출 금지가 결정타=푸젠진화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투자펀드와 푸젠성 등이 56억 달러(약 6조 3,000억원)를 투자해 지난 2016년 2월 설립됐다. 특히 대만 반도체 기업 UMC의 기술지원을 등에 업고 D램 개발에 힘써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푸젠진화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바로 미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푸젠진화에 반도체 장비·소재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푸젠진화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텐코 등의 장비와 부품 공급 없이는 반도체를 양산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푸젠진화가 자국의 최대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훔쳐 갔다고 보고 있다. 미 법무부는 푸젠진화와 대만의 UMC에 산업스파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에 장비가 없다는 것은 전쟁에 총 없이 참전한 병사 꼴과 같다”며 “공정 경험을 쌓을 수 없어 기술축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③쌍심지 켠 美에 중화권 동맹 균열=‘미국의 설계, 대만의 파운드리’라는 말이 있다. 반도체에서 미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은 그만큼 강하다. 파운드리 부동의 1위인 TSMC를 비롯해 푸젠진화와 최근까지 D램 개발을 같이해온 UMC 등은 모두 미국의 설계 발주 물량 덕에 컸다. 뒤집어 얘기하면 미중 간 반도체 전쟁에서 대만 기업들은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만 UMC가 중국 푸젠진화와 협력관계를 축소·청산한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면 미국의 ‘몽니’로 자기(UMC)가 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젠진화로서는 메모리 업황 약세 국면에 조력자마저 잃은 셈이 됐다.

④기술 패권 경쟁은 장기간 지속된다=미중 간 무역 분쟁 양상을 보면 관세전쟁과 기술패권전쟁으로 이원화됐다. 관세 전쟁의 경우 양국 간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가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기술패권 전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혀 다른 논리로 다른 궤도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지적 재산권의 핵심이자 산업의 쌀로 부를 만큼 중요해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푸젠진화에 대한 압박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더구나 미국은 산업 패권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물론 미국의 핍박이 심해질수록 반대급부로 중국의 기술 자립 욕망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푸젠진화의 현재 역량으로는 이런 역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푸젠진화의 D램 사업 철수가 외신 보도대로 사실이라면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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