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비리 혐의로 기소된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3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 직후인 지난해 9월 업무 배제됐던 지 부위원장은 이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 방침을 밝혀 법정 공방이 남아 있는 만큼 지 부위원장 업무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김상조 위원장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 검찰 기소만으로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을 직권으로 업무 배제해 공백을 초래한 김 위원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됐다.
지난 2015년 상임위원을 끝으로 공정위를 떠난 지 부위원장은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공정위 부위원장에 지명되면서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그해 8월 검찰은 중기중앙회 취업 과정에서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중기중앙회를 취업제한기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위원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그에게 업무정지 명령과 함께 자진사퇴를 수차례 종용한 김 위원장은 난처하게 됐다. 애초 지 부위원장에 대한 기소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기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뤄진 일종의 길들이기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검찰이 공정위를 손보기 위해 지 부위원장을 엮고 들어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로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은 다른 전·현직 공정위 관료들과 지 부위원장의 혐의 내용은 다소 동떨어져 있다.
대기업에 퇴직 간부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외부 출신’인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은 무죄를 받았다. 업무방해·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있는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한재영·백주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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