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회사 관계자가 ‘색상 하나’ 추가된 것을 두고 ‘제품군 강화’라고까지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채색’ 제품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이치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알록달록한 색상이나 파스텔톤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나 최근엔 부모의 기호에 따른 네이비, 그레이, 화이트, 블랙 등 세련된 스타일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판매된 원픽스 360 중 무채색 계열이 70% 이상이었던 만큼 이번 모던 차콜 색상 역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에 무난하게 어울리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검정 계열 색채가 부모 사이에서 더 인기가 많다는 해석이다.
다이치의 사례는 전형적인 ‘컬러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컬러 마케팅이란 색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특징을 부각하는 경영 기법을 뜻한다. 컬러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기능과 무관하게 시각적 효과로 소비자의 선호를 이끌어낸다는 데에 기초하고 있다.
컬러 마케팅의 효시로 꼽히는 ‘빨간 만년필’이 대표적이다. 1920년대에 이 제품을 내놓은 미국 파커(Parker)사는 두 가지에 천착했다. 대부분의 만년필이 검정색이라는 점. 그리고 주 고객층이 남성이라는 점. 이에 파커사는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씌운 만년필을 출시하면 여성 고객층을 새로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파커사의 기대대로 빨간 만년필은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인테리어 업계처럼 ‘시각 효과’가 중요한 시장에선 컬러 마케팅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한샘(009240)은 역점 사업인 ‘리하우스 패키지’에서 컬러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하우스(주택개조)는 실내 인테리어 전체를 개조하는 것으로, 한샘은 이를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들어 주택 거래가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라 한샘 입장에선 주택 매매 동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리하우스 패키지 사업이 중요한 상황이다.
특이점은 한샘이 ‘색깔’을 기준으로 리하우스 패키지 상품을 나눴다는 것이다. △모던 차콜 △모던 화이트 △모던 베이지 △모던 클래식 와인 등이다. 가령 ‘모던 화이트’는 흰색 바탕에 실버 메탈과 연한 그레이톤으로 마감해 어떤 가구나 소품과도 잘 어울리며, ‘모던 클래식 와인’은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데에 적절하다는 게 한샘 측 설명이다. 색깔이 상품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컬러 마케팅은 기존 제품을 신제품인 것처럼 ‘환기’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10월 갤럭시 노트9 ‘클라우드 실버’ 모델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새 색상 라인업을 출시한 건 경쟁사가 신제품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XS 시리즈를, LG전자는 V40씽큐(ThinQ)를 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9는 이미 지난해 8월 공개된 상태였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새로 제품을 내긴 불가능했다. 이에 갤럭시 노트9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끌어올리기 위해 색상만 새로 씌운 갤럭시 노트9를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자주 쓰인다. 동종 라인업의 출시 일자가 조금씩 엇갈리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애플은 지난해 4월 ‘아이폰8레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며 삼성전자 갤럭시S9 마케팅에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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