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최저임금인상이다. 가뜩이나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내리막을 타는 마당에 업종·지역·내외국인 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 기업을 주저앉히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6.4%, 올해 10.9% 등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짚어봤다.
①최저임금 인상→단계적 급여 상승→기업 부담 가중→베테랑 해고=경기 안산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베테랑 기술자 몇몇을 내보냈다. 비용 부담 때문이다. 김 모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밑에서부터 연쇄적으로 직원 급여를 인상해야 한다”며 “특히 일이 손에 익은 숙련공들은 밑에 직원들과 월급 차이가 줄어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도 시원찮은 판에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부담스러울 정도가 됐다”며 “결국 이들을 일부 내보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비용 절감 방안을 찾다 보면 인건비가 비싼 이부터 고민하게 된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사내에서 베테랑에게 기술과 노하우 등을 전수받는데 이런 통로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답답해했다.
②내·외국인에 일률 적용→기업 경쟁력 하락=국내 조선 업계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과는 3전 3패. 지난해 7년 만에 수주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 한국 조선에는 굴욕이었다. 패배의 원인은 싱가포르의 저렴한 인건비. 한 대형 조선사 임원은 “거의 100% 외국 인력을 쓰는 싱가포르의 순수 인건비는 우리의 6분의 1”이라며 “우리는 30% 넘게 오른 최저임금을 외국인에게도 똑같이 줘야 해 손쓸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에서 온 해외 노동자에게 똑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하는 것은 경제 문외한이나 하는 바보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간 비용절감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영세 기업의 설 자리도 없애고 있다. 한 대기업 납품 업체 관계자는 “업무 효율이 낮은데도 외국인을 쓰는 것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외국인에게도 같은 돈을 주고 있으니…”라며 한숨지었다. 그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통상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을 똑같이 적용받으면) 사실상 국내 노동자에게는 역차별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기업이 여력이라도 되면 해외로 나가겠지만, 상당수는 도산의 운명을 맞게 된다.
③“알바 뛰어도 돈 버는데 왜 용접 배우나”…기술 경시 풍조 조장=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전체 직원 6만 여명 중 10%가 최저임금에 미달해 격월로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상여금은 매달 줘야 최저임금 산정 시 포함되는 맹점 때문이다. 문제는 강성 노조의 반발로 타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노조가 대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법 준수를 위해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써야 할 판이다.
인력난도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최근 수주가 늘면서 용접공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며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서 젊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 일해도 그 돈을 받는데 힘들게 왜 기술을 배우냐’는 식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④협력업체 부실→원청업체 경쟁력 하락→업종 생태계 붕괴=대기업 김모 부장은 요즘 500개가 넘는 협력업체 관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황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금 압박까지 겹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수두룩한 탓이다. 김 부장은 “협력업체의 자금난에 따라 부품 인도전이라도 자금을 지급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협력사에는 선지급하고 그래도 위기 극복이 어려운 곳이면 부품이 제작되는 대로 우리가 인도하는 조건으로 수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체의 임원은 “조선 기자재 업체가 망하거나 어려워지면서 부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이게 결국 배 자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국내 주력업종 대부분이 이런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원청업체의 부진, 통상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 고비용 구조를 유인하고 있는 각종 정책으로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이 모두 공급 체인망에 이상 신호가 들어왔다”며 “제조업 붕괴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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