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이 오히려 공무원보다 더 보수적인 편입니다. 당돌하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30년 가까이 정통관료로 지냈던 경험에 비춰볼 때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직된 조직문화가 개개인의 역량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사장에 오른 지 몇 개월 안 됐지만 우수한 직원들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공기관은 결정된 게 있으면 따르는 문화가 존재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 사장은 상급기관인 정부 정책대로만 업무를 추진할 경우 자칫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를 놓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공공기관이 정부에 의견을 적극 건의해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위 사장은 “관료사회에서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논리와 데이터를 보완해 정책당국에 주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토론문화 장려를 통한 조직문화 혁신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전략체계 및 조직개편 방안 등을 수립할 때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연찬회·토론회 등을 열기도 했다. 그는 “직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10명 정도씩 모여 토론을 자주 한다”며 “옳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적극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조직문화를 자유롭게 바꾸는 것은 물론 ‘따뜻한 예보’로의 변화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위 사장은 올해 공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안전한 금융, 따뜻한 금융, 행복한 국민’을 선포했다. 그는 “서민·취약계층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포용적 금융 등으로 따뜻한 금융을 실현하겠다”면서 “사회적 가치 구현을 통해 국민 행복에 이바지하는 모범적인 공공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사회공헌활동 강화 △채무조정 활성화 △경제적 재기 지원 등이 추진될 방침이다. 예보는 2014~2018년 약 3만명의 채무자에게 경제적 회생 기회를 부여했다. 위 사장은 “취약계층 중 도저히 갚을 여력이 없는 채무자를 조사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사장은 최근 자신의 명함 모양을 둥글게 만들어 따뜻한 예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통상적인 직사각형보다는 덜 날카롭고 따뜻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예보의 사회적 가치실현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 업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사회적가치경영부를 신설했다. 위 사장은 “지난해에는 사회적가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올해는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관련 과제를 집중 관리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등 실행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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