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는 창업가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살벌한 뜻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데스밸리는 초기 창업 기업이 사업화에 곧바로 성공하지 못하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되는 기간을 말한다.
김희진(38)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2년 회사를 세운 뒤 무려 6년의 데스밸리를 거쳤다. 6년을 쭉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긴 터널을 지난 유라이크코리아는 2017년 본격 출시한 축우용 바이오캡슐 ‘라이브케어’로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지난 6년을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면서도 “‘포기하면 여태껏 해온 것을 다 날리는 셈이니 성과가 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라이브케어는 세계 최초의 캡슐식 가축 생체정보 기기다. 일단 소에게 라이브케어를 먹이면 라이브케어가 소의 위에 안착해 체온·활동척도·영양섭취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소 주인은 라이브케어에 탑재된 통신망을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한 번 라이브케어가 소의 뱃속에 들어가면 최대 7~10년간 소화되지 않고 생체정보를 전달해준다. 라이브케어를 통해 유라이크코리아가 수집한 소 생체 데이터만도 800만건에 달한다.
기존에도 몇몇 축산농가에서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소의 목이나 귀에 부착해 생체정보를 파악하곤 했다. 그러나 소가 움직이면 장비가 귀에서 떨어질 수 있는데다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파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장비로 취득하는 생체정보의 보정치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통계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바이오캡슐 형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러나 아무도 만들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 R&D에 많은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첫 제품을 만드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덕에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배터리 내구도, 캡슐 소재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았다. 무엇보다 라이브케어가 소의 위장에 잘 안착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소는 반추동물이라 되새김질할 때 라이브케어가 입을 통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굉장히 많은 실험을 거치고 나서야 위에 안착하면서도 오랜 시간 뱃속에서 버틸 수 있는 라이브케이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라이브케어가 반드시 가축 보건에 필요하다는 믿음이었다. 김 대표는 “이 아이템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졌고 덕분에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