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던 금융결제망이 외부에 전면 개방된다. ‘토스(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와 같은 혁신 핀테크 기업의 출현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은행 결제망을 이용할 때 내던 수수료도 기존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국내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다른 은행이 깔아 놓은 결제망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제·송금을 처리하는 금융결제망은 그동안 은행들만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소형 핀테크기업에 한해 접근을 허용해 토스와 같은 혁신 기업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수수료가 건당 400~500원에서 달할 정도로 높아 핀테크 업체가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토스도 각 은행들과 수년에 걸쳐 일일이 개별협상을 해 결제망 이용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핀테크 사업자들이 금융결제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토스가 등장할 수도 있고 고객 계좌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안하는 핀테크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계좌를 보유한 모든 은행의 앱을 미리 깔아놓아야 돈을 꺼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예컨대 KB국민은행 앱만 깔아놓고 다른 은행 앱은 모두 삭제해도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수수료는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다. 핀테크 기업으로서는 부담을 던 것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입이 떨어지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은행 공동결제시스템에 대한 운영비용·관리비용을 충당해야 하나 핀테크 업체가 지급하는 사용료가 낮아져 은행권이 비용부담을 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수수료가 낮아져도 거래가 늘어나면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은행들도 좋은 앱을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는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연내 오픈뱅킹 시스템을 구축해 수수료를 낮추는 한편 전자금융업법을 개정해 은행 결제망을 전면 개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날 금융결제망 개방과 더불어 ‘카카오 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플랫폼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먼저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간편결제 사업자는 후불결제가 불가능해 선금을 미리 충전해놓거나 지급 계좌를 연동해둬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50만원 이내에서 소액 후불결제가 허용된다. 후불방식의 대중교통 결제도 가능해진다.
현행 200만원인 충전 한도도 500만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가전제품이나 여행상품 같은 값비싼 제품도 간편결제 사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이밖에 신용카드에 집중된 각종 혜택도 간편 결제 업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환 결제업무를 허용하고 신용카드 가맹점이 간편결제 수단을 제시하는 소비자에게 신용카드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할 계획이다.
권 단장은 “현재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은 각종 수수료가 많이 들어가는 고비용 시스템”이라며 “간편결제 시장을 결제 시장의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서일범·황정원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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