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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찾아헤맨 문화재 '돌오리상'이 호돌이 발치에서?

16년 전 도난당한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부안 동문안 당산의 돌오리상이 인근 충북 진천 부근 야산의 호돌이상 조형물 발치에 숨겨진 상태로 최근 발견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에는 조선 시대부터 전해오는 당산(堂山), 즉 돌로 만든 3m짜리 솟대가 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인 이 ‘부안 동문안 당산’의 솟대 위에는 가로 59㎝, 세로 20㎝ 크기의 돌오리상이 올라 앉아 3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왔다. 화강암으로 조각한 투박한 모양의 오리상이지만 오랫동안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축원했기에 주민들은 이를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귀히 여겨 왔다. 그런데 지난 2003년, 돌오리상이 사라졌다. 문화재 도난 사건이었다.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부안군이 뒤늦게 도난 사실을 신고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첩보를 입수했다.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넘어가는 언덕에 돌오리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첩보 내용에 따르면 ‘잣고개’가 유력해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2월부터 현장을 뒤졌고 야산에 놓인 ‘호돌이’ 조형물 발치에 숨겨진 돌오리상을 찾아냈다. 돌오리상은 16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문화재청은 5일 부안군 동중리 당산에서 도난당했던 돌오리상 반환식을 진행했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돌오리상을 은닉한 사람이 문화재청이 내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일부러 제보한 것 같다”면서 “이전에도 전화로 도난문화재 소재를 알려준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처벌을 받을 때 정상참작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물을 훔쳐낸 절도범이 석물취급업자와 장물업자에게 유통하려 했으나 국가지정문화재라 유통이 여의치 않자 찾기 어려운 곳에 몰래 숨겨온 것.

16년 전 도난당한 부안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의 발견 당시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부안 동문안 당산. 도난당한지 16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돌오리상은 이 3m 솟대 꼭대기에 놓여있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부안 동문안 당산’은 당산과 그 위에 놓인 돌오리상,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과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고 적힌 한 쌍의 장승으로 구성됐다. 동문안 주민들은 음력 정월 보름날이면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농악을 치며 줄다리기를 마친 뒤 당산에 새끼줄을 감아주는 ‘당산 옷입히기’ 풍습을 전해왔다. 1990년대 초까지 매년, 이후로 격년으로 지냈던 동문안 당산제는 돌오리상 도난 이후인 2005년부터 단절된 상태다. 부안읍성에는 동·서·남문 세 곳에 당산이 세워져 있고 각 당산 위에 돌오리상이 있어 부안 지역의 독특한 민속신앙을 보여준다. 서문안 당산에 조선 숙종 때인 1689년에 건립됐다는 명문이 있어 동문안 당산도 비슷한 시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 당산의 돌오리상 중 원래 것이 그대로인 것은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 뿐이며 서문안 당산에는 이후 제작된 돌오리상이 있고 남문안 당산의 것은 전하지 않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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