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봉사와 기부를 위해 뭉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박인비(31)·최나연(32)·박성현(26),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오지현(23)·김지현(28)·김아림(24),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신지애(31)·이보미(31)·김하늘(31) 등 무려 19명의 톱 골퍼들이 뜻을 모았다.
4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첫 만남을 갖고 의견을 나눈 이들은 연회비 형식으로 모은 돈을 올해 말 기부금으로 쓰고 직접 봉사활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1년에 최소 한두 번 모든 회원이 모여 봉사활동을 벌이기로 약속했고 몇 해 뒤 여건이 마련되면 자선 골프대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모임의 이름은 ‘은가비’.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한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모임은 최나연 등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회장은 신지애가 맡는다. 최나연은 LPGA 투어 9승, KLPGA 투어 8승을 자랑한다. 신지애는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지낸 뒤 일본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원투펀치’로 통했던 이 둘에 현재 ‘스리톱’으로 불리는 박인비·박성현·유소연(29)까지 가세했다.
19명 명단은 신지애, 최나연, 안선주(32), 박인비, 박성현, 유소연, 고진영(24), 이정은(23), 이정은(31), 이보미, 김하늘, 윤채영(32), 배희경(27), 오지현, 김지현, 이정민(27), 김민선(24), 정연주(27), 김아림이다. 각 투어의 간판들이 대부분 모인 ‘봉사 올스타팀’이자 ‘자선 어벤저스’인 셈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한 선수도 신지애부터 박인비·유소연·박성현까지 4명이나 된다.
그동안 각 투어 협회나 개인 후원사가 마련한 자선 행사에 참여하거나 개인 단위로 봉사활동 또는 기부에 나서는 여자골프 선수들은 꽤 많았다. 박인비·최나연·박성현·고진영 등은 이미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3대 여자프로골프 투어로 불리는 미국·한국·일본의 대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 정도 규모의 자선 모임을 결성한 것은 처음이다.
선수들은 골프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 같은 문화를 후배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한데 뭉쳤다. 2019년이라 19명으로 시작하지만 뜻을 함께할 신입 회원은 언제든 환영이다.
최나연은 “여자골프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보여주는 좋은 실력에 걸맞게 어려운 이웃에 베푸는 데도 앞장서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모임이 만들어졌다”며 모임 안에 은퇴 선수들이 생기면 지금 있는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또 더 어린 선수들이 들어오는 식으로 계속해서 좋은 일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로 재능기부 하는 것도 좋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시즌 중에도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봉사 대상이나 일정 등에 대한 의견을 짬짬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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