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라 포장지의 박서준 얼굴을 보자마자 ‘비비고’가 한국 브랜드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비비고 만두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얘길 듣고 맛이 궁금해져서 구입하기 시작했어요. 크기가 큼직해서 식사대용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26세 생산직 여성 짱).
#시식행사를 통해 비비고 만두를 처음 알게 됐어요. 주로 할인 행사 기간 때 한번에 3~4봉지씩 구입해요. 오후에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즐겨 먹습니다. 중국식 만두는 제품이 다양하지만 간혹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비고 만두는 대체로 맛있어요(52세 가정주부 응옌 티 호아).
이제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K-푸드는 ‘익숙하게’ 맛있는 맛으로 통한다. 더 이상 생소하지도 않고 입맛에 딱 맞다. 지난 1월 말 이마트 호치민 고밥점에서 열린 비비고 만두 시식 행사에서 현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앞다퉈 제품을 카트에 담았다. 한류와 할인 이벤트가 첫 구매 일으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있지만 이들의 재구매를 이끈 것은 결국 ‘맛’이었다.
베트남 시장을 적중한 맛의 비결은 ‘기술력’에 기반한다. 베트남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현지화 수준을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고기소 만두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해산물과 단맛을 선호하는 현지인의 취향을 반영해 해산물과 콘앤고기 맛을 개발했다. 만두소의 고기 함량도 높였다. 이승기 CJ제일제당(097950) 영업전략팀장은 “한국 소비자가 육즙이 가득한 만두소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인들은 속이 꽉 찬 텍스처를 좋아한다”면서 “최근에는 ‘비비고 왕교자’ 3종 외에도 ‘비비고 물만두’ ‘비비고 찐만두’ ‘비비고 마이크로웨이브용 만두’ 등 신제품 3종을 출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와 함께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선보이는 현지식 만두에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적용했다. 지난 2016년 말 베트남 1위 냉동식품업체 ‘까우제(CauTre)’를 인수한 후 이곳에서 생산하는 스프링롤에 ‘비비고 왕교자’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동일한 공법을 적용한 것. ‘다이스 공법’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고기를 갈아 넣는 기존 ‘페이스트 방식’과 달리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 씹는 식감을 개선했다. CJ제일제당은 고기 함량을 높인 이 제품에 ‘리얼(REAL)’이라는 새로운 상표를 붙이고 ‘CJ 까우제’의 고급 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흥 간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도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현지인이 즐기는 풍미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마치고 숯불 향의 BBQ 맛 소스와 현지인들에게도 익숙한 매운맛을 적용했다. 비비고 김스낵은 지난해 하반기 SCJ 홈쇼핑 내 일반식품 카테고리 중 판매량 2위(5,000세트)를 차지했다. 베트남 로컬식품인 ‘Honey land’ 꿀(17,000세트)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연일 높은 기온인 베트남의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세심하게 고려했다. 냉동식품인 만두는 이동 중에 해동되며 눌러 붙지 않도록 새로운 포장법을 적용했다. 플라스틱 트레이 형태로 제조해 만두 사이사이에 빈 공간을 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간 30도에서 34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호찌민에서 베트남인들은 오토바이에 물건을 싣고 30분씩 이동한다”면서 “만두가 녹아 달라붙으면 조리 시 제품이 뜯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출시 때부터 트레이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전략에 힘입어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한 2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비비고 김치를 개발할 때는 현지 유통 사정을 계산에 넣었다. ‘콜드체인시스템(저온유통체계)’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 상황상 김치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비비고 김치의 유통기한인 30일보다 2배 늘린 60일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베트남식 비비고 김치를 생산했다. 최우영 CJ제일제당 연구원은 “베트남 현지 원물특성 조사를 통해 발효에 사용되는 영양성분 조성을 분석하고 초격차 역량을 바탕으로 유통기한 늘릴 수 있는 스펙을 개발했다”면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적용해 한국 김치의 DNA를 심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설비를 베트남에 그대로 구현한 경우도 있다. ‘Bring you to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편의점업계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GS25는 떡볶이, 제육볶음 등 대표적인 한식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호찌민 인근에 GS25 전용 OEM 공장을 확보했다. 윤주영 GS25 팀장은 “호찌민으로부터 차로 30분 거리 떨어진 곳에 국내와 똑같은 생산 설비로 가동되는 FF(Fresh Food, 신선식품) 생산 공장을 갖췄다”면서 “이곳에서 GS25의 신선식품 메뉴를 개발한 셰프가 두 달 간 머물며 현지화를 하거나 한국적인 레시피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