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 3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싱가포르에 위치한 팹을 또다시 매각한다. 글로벌파운드리 매각설이 도는 가운데 기업을 소유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세일즈마저 먹히지 않자 팹을 분할 매각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는 인수자로 나서기보다 하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11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는 싱가포르 우드랜드에 위치한 300㎜ 팹(팹7)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지난 1월 싱가포르의 팹3E를 대만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에 팔기로 계약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또 한 번 팹 매각에 나선 것이다.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삼성전자의 행보다. 디지타임스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제3의 투자기관을 통해 팹을 인수할 가능성과 함께 삼성전자를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했다.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 소식이 뜰 때마다 삼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삼성전자가 100조원 이상의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데다 올해 들어 ‘비메모리 강화’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앞선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의 팹을 인수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팹 인수에 나선다면 생산능력보다는 거래선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파운드리의 싱가포르 팹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며 “미국 팹처럼 대형 거래선이 많은 곳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3위 업체가 팹 단위로 분해되면 2위인 삼성전자는 가만히 앉아서 하위 업체와 격차를 벌리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BS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14.9%로 8.4%의 글로벌파운드리를 6%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에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UAE가 전략을 선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6~2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직접 세일즈에 나섰지만 실패한 뒤 회사를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글로벌파운드리 지분을 90% 이상 보유한 UAE의 알나하얀 왕세제는 사실상의 글로벌파운드리 소유주다.
이 같은 행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글로벌파운드리의 경쟁력으로 꼽혔던 ‘완전 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 기술에도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리 기술력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M&A 루머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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