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연거푸 사고가 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을 올해 도입하는 항공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5월부터 인도가 되는데 국토교통부의 결론이 나와야 인도나 운항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조치의 기반 없이 제조사인 보잉사에 대해 주문 취소도 하기 어렵고 운항을 한다 해도 승객들의 불안에 영업이 제대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1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보잉사의 안전 관련 성명 발표에도 국내 승객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관련 기종의 운항정지 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보잉 737 맥스 8을 운항 중인 이스타항공, 에어캐나다, 터키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외항사에도 안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아직 안전 문제를 우려해 취소를 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여행사이트에는 외항사들의 운항 항공기 기종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예약 이후 항공기 기종을 알 수 있지만 예약전에는 플라이트레이다24(FlightRadar24) 같은 비행정보 제공 앱을 이용하면 알 수 있다.
관련기사
당장 항공사들은 5월부터 연말까지 국내로 들려올 계획이던 보잉 737 맥스 8 기종 14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대한항공(003490)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항공 4대이다. 국토부가 항공기 검사 후 운항 허가를 내줘야 노선에 투입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운항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항공사들이 난처한 점은 자체 역량으로 보잉사에 지연 인도를 요청한다거나 계약을 취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보잉사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결함을 조사 중이다. 국토부도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관련 기종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기관이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변경하거나 파기하는 통보를 할 경우 소송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단 국토부가 결론을 내줘야 대책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에 단독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같은 이유로 추락 사고가 두 번 났으면 결함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일단 조사를 지켜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부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737 맥스 8 기종을 검사하고 운항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에티오피아의 추락 사고로 추가 조사를 해 운항 정지를 명령을 하면 기존 운항 허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된다. 국토부가 섣부른 결론을 내 항공사들의 계약 파기가 일어날 경우 보잉사 등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비행기 결함은 보통 보고서가 나오는데 1년 반은 걸릴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라며 “국토부가 단기간에 결론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