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평일의 점심시간, 한 고객이 물품대금으로 받은 말레이시아 화폐인 링깃화 지폐 100장을 들고 서울의 한 KEB하나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원화로 환전하기 위해 100링깃 권종 100장을 받아든 영업점 A직원은 지폐를 만져보던 중 수상한 점을 감지했다. 바로 전주 본사 위변조대응센터 파견 직원의 교육지침대로 위폐 여부를 확인하던 중 의심스러운 점을 포착한 것이다.
A직원은 곧바로 원격 감정 시스템을 통해 감정 전담부서인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위폐를 판독하도록 했고 센터는 해당 화폐가 위조된 지폐라는 점을 확인해 즉각 경찰과 국정원에 수사 의뢰했다.
13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적발된 전체 외국통화 위폐는 2,356장으로 KEB하나은행은 이 중 69%에 상당하는 1,618장을 발견, 위폐 적발 건수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지난 2014년 국내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별도 조직으로 발족한 위변조대응센터가 있다. 센터장을 포함해 17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센터는 매일 전국 영업점을 대상으로 위폐 판독을 위한 방문 연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날로 발전하는 위폐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첨단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주요 5개 통화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링깃화처럼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외환까지 총 37개 통화의 위폐를 판독할 수 있도록 통화별 전문가들이 상시 근무한다는 점도 하나은행의 강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위폐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데다 여행수요 급증으로 위폐의 유통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외국환 전문은행으로서 선제적으로 위폐 변조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며 “특히 이번에 적발된 위폐에 부착된 홀로그램의 정교함이나 각 화폐에 양각된 일련번호가 모두 다른 점 등을 감안하면 대량 제작과 유통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신속하게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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