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점검을 위한 국제기구의 점검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미국 뉴욕금융청으로부터 자금세탁시스템 미비로 이미 120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국 10명으로 구성된 상호평가단이 오는 7월 초 방한한다. 이들은 20여일 국내에 머물며 금융당국 면담과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평가단은 변호사·회계사·카지노 사업자 등도 면담하고 우리나라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기준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도 조사한다. 우리나라가 FATF 상호평가단의 현장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9년 기구 가입 후 10년 만이어서 은행들의 긴장감이 크다. 게다가 현장조사를 나올 때까지 평가 대상을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상이 누가 될지를 놓고 치열한 정보전을 펴고 있다.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선입관을 심을 수 있고 자칫 부정적인 결과라도 받게 되면 유무형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 피치·무디스 등 세계 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FATF의 평가를 중요한 판단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부서신설과 전문인력을 갖춘다고 했지만 자칫 우리가 놓친 부분이 지적되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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