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효율성 측면에선 일원화를 유지하는 게 좋다”
“지금도 한 부처로 잘 섞이지 못한다. 분리하는 게 낫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우리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가 과거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 부처에 기획·예산·세제 등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재부에 날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28일 세종시 관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이어진 대선에서 이 대표가 당선될 경우 기재부가 최대 6개 부처로 뿔뿔이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능별로 보면 예산실은 예산청으로 격하해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세제실도 국세청·관세청 등과의 기능 조정을 통해 조세정책처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재정관리관실 산하의 국고국과 재정관리국은 국가재정원으로 분리하고 공공정책국은 총리실 또는 감사원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여기에 국제경제관리실 산하의 국제금융국은 금융위원회로 통합하고 차관보 라인인 경제정책·정책조정·미래전략국등은 별도의 경제기획 부처 또는 재정원과 합치는 방안이 회자된다.
민주당 측의 한 관계자는 “기획과 예산, 세제 등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한 부처에 있다 보니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도입 등 확장적 재정론자인 이 대표는 그동안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기재부와 갈등이 잦았다.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쏘아붙였을 정도다. 민주당 내에는 지난 대선에서 기재부가 고의로 세수 잉여금을 감춰 돈을 제대로 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대선에 패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실화 여부를 떠나 기재부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 이 대표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정부조직법을 바꿀 수 있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8년 부처 통합 이후 들어온 기수들이 이제 과장급 이상이 됐는데 조직을 분리하면 혼란만 있을 것”이라며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기능을 일원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업무량에 비해 승진 적체가 심해 조직 분리를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이 분리되면 승진 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실·국별로 업무 성격이 워낙 다르다 보니 한 부처로 잘 섞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타처들도 기재부가 내심 여러 조직으로 쪼개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기재부 공공정책국의 경우 그동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각 공기업의 주무 부처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관장 자리까지 넘본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과 타 부처 산하 공공기관 간 업무 영역을 둘러싼 알력 싸움에도 공운위를 갖고 있는 기재부가 우위에 선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일부 정부 부처들은 공공정책국 업무를 국무조정실로 넘기면 이런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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