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혁신성장본부가 정식 직제로 편입되면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물러난 후 3개월째 공석인 민간본부장 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 참여 부진으로 혁신성장 추진 동력이 떨어질지 아니면 정부 내 ‘혁신성장기획단’으로 재출범 하게 돼 업무 추진이 탄력을 받을지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18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재부 혁신성장기획단이 별도 정규 조직으로 이달 말 출범한다. 기존에는 민관 공동 본부장 체제였으나 사실상 정부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혁신성장기획단장은 국장급 인사가 총괄하며 기존의 규제혁신기업투자팀, 선도사업팀, 혁신창업팀을 기반으로 3개 과가 만들어진다.
혁신성장기획단을 민간본부장 없이 운영하기로 한 배경은 정부측 혁신성장본부장이 현재 이호승 기재부 1차관에서 국장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차관이 본부장 때와 달리 국장이 ‘헤드’를 맡게 되면 민간 위원장을 모시기에 격을 맞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 과정에서 보듯 이해당사자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민간 인사가 선뜻 나서지 않는 점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과장 자리의 경우 타 부처와 민간에서 파견을 받는 식으로 개방적으로 운영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민간본부장 부재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직 직제가 되면서 기형적이었던 겸직 체제도 없어진다. 정책조정국 내에 혁신성장정책관은 기존 명칭이었던 정책조정심의관으로 바뀐다. 혁신성장이 강조되면서 이름만 바꾸었던 것을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다. 다만 민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3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존 조직들과 차이가 없고 위상이 약화돼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현재도 민간위원들이 비상임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역할을 못하고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6월 혁신성장본부가 공유경제 등 핵심 규제 개혁, 투자 활성화, 신산업 창출 등을 목표로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차량공유, 공유숙박, 원격의료 같은 핵심규제 개선안은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성과 없이 핵심까지 접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강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혁신성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것인데 정부는 기본적으로 규제본능을 갖고 있어 (직제 개편만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규제완화 및 혁신성장이라는 구호만 외치고 안이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기획단의 내외부 위상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책조정국과의 업무 중복 문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혁신성장본부는 혁신성장 촉진을 위해 기재부 산하 임시조직으로 출범하면서 유사성이 높은 조정국 국장, 과장이 겸직을 했다. 잠시 만들어졌다 다시 사라질 기획단이 아니라면 명확한 방향성 및 조정국과의 차별성이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혁신성장을 이끄는 주체인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택시·카풀 합의 과정에서도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제대로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소비자 목소리는 오히려 사라졌다는 비판이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와 혁신성장전략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해집단이 걸려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큰 주제에 대한 국민 공론화 과정보다는 주요 쟁점 별로 한 과제씩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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