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사진) 현대차(005380) 사장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3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 공략 계획에서 3위 수성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된 적이 있지만 전기차를 콕 집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내년에는 전기차(EV) 전용 플랫폼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소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동행 전략으로 수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원희 사장은 지난달 말 ‘CEO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에서 “전기차 모델을 오는 2025년까지 44개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사장은 전기차에 수소전기차가 포함되는 것인지와 시장 1위, 2위를 밝히지는 않았다. 현대차가 당장 앞지를 경쟁자로는 일본 도요타가 꼽힌다. 폭스바겐은 이미 전동화 전략의 핵심인 MEB 플랫폼 등을 갖췄으며 2023년까지 투자금액을 24조3,000억원(190억유로)까지 늘려 당장 따라잡기는 어렵다.
현대차는 전기차 강화를 위해서 2020년 EV전용 플랫폼을 통해 모델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올해 코나를 시작으로 내년 중국시장에서 출시할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와 ‘엔시노’, 2020년에는 포터 등을 출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세부적으로는 최대 판매 차종의 EV 볼륨화를 주도하며 전기차의 약점인 단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장거리 주행가능 EV를 대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EV엔트리 모델 개발 등에 주력할 뿐 아니라 북미 시장을 대응함에 따라 브랜드를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내년부터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장거리 주행에 특화한 전기차 택시 전용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전용 차량은 내수 시장에 도입된 후 중국·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 이어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시정 전략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상 내연기관차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전기차 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실적과도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민경덕 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은 이날 ‘2030 자동차 동력의 가는 길: 주요 기술의 전망과 과제’ 발표회에서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고용 창출력이 전기차보다 큰 내연기관의 특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현대차는 배터리팩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생산량이 4개월 만에 반토막 나는 등 업계 평판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사업 확대에 따라 20% 이상의 자연적인 인력 감소가 발생해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시진·구경우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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