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와 철강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내리면서 한국의 전기료가 자의적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공기업인 한전이 전기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전기료를 낮게 책정해 철강 업체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상무부의 논리다.
이번 판정을 두고 상무부가 자기 모순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무부는 지난 2015년 한국산 강관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를 매기면서 한국의 전기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전이 외부 독립회계기관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타 전력회사와 다를 것 없이 요금을 책정했다는 게 이유다. 자국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판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무부의 2015년 판정 이후 이에 반발한 미국 철강 업체들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전기료 문제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CIT는 2017년 한국의 전기료 산정체계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상무부는 전기료 문제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철강의 대규모 유입 등으로 한국의 철강 가격이 왜곡(특별시장상황·PMS)돼 있다고 결론지었다. 업계에서는 상무부가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무부는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할 때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대미 수출가격의 차이를 계산하는데, 수출국의 특별한 시장 상황 때문에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PMS 판정을 내린다.
이 경우 상무부의 재량으로 관세율을 책정할 수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2017년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철강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철강재에 최소 36%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PMS를 활용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무부가 이번 판정에서 전기료를 문제 삼았지만 이 때문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았다”며 “우리 업체가 받는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단 PMS라는 혐의가 씌워지면 이를 벗겨 내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며 “당장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내년도 재심에서 자의적으로 관세를 매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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