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바이크 처음 시작했을 때 썼던 제 소개 이미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미지에는 ‘로얄엔필드에 로망을 품고 있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죠.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니까요. 기억하고 계시는 독자분들께는 계신 방향으로 큰 절 올립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로얄엔필드는 평이 좋지 못했습니다. 한때 회사가 어려워 먼~옛날 만든 엔진과 부품으로 연명하다 보니 안정성, 내구성 등등에서 많이 뒤처졌고, 그야말로 진짜 클래식 매니아 아니면 함부로 타지 말아야 할 바이크라는 평가였죠. 그래서 저도 로얄엔필드는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와사키 W800을 들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2월의 어느날, 초대장을 한 장 받았습니다. 태국에서 ‘트윈스’ 신차, 그러니까 ‘인터셉터650’과 ‘컨티넨탈GT 650’의 시승회가 있으니 초대해 줄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마치 아싸인 초딩이 인싸 친구 생파에 초대받은 그런 기분이랄까요…오지게 신나지만 내가 가도 되나 눈치보게 되는 그런(…?)
그래서 앞으로 2회에 걸쳐 두 바이크와 로얄엔필드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첫 편은 가장 궁금해하시는 시승 후기, 두번째는 로얄엔필드를 이끌고 있는 싯다르타 랄 CEO와의 인터뷰입니다. 사실 마음 같아선 최소 5회분은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나중으로 미뤄두려고 합니다.
긴 말(이미 길었음) 않고 시승기부터 갑니다. 바야흐로 한국에는 눈이 내리는 바람에 수많은 라이더들이 괴로워했던 3월 말의 어느 주말, 저는 태국 푸켓에서 반짝이는 로얄엔필드 신차를 보며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승 행사에는 한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달려온 기자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참가했습니다. 아마 같은 곳에서 몇 주째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로 이뤄진 시승행사가 이어졌겠죠. 어쨌든 대체로 바이크가 본업인 분들이고 저는 쪼렙 나부랭이라 언제나 긴장하게 됩니다.
타봐야 할 바이크가 두 대니까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가는길·오는길 바이크를 바꿔 탔습니다. 푸켓의 와인딩 코스와 해변 코스를 포함해 왕복 약 200㎞로 구성된 루트입니다. 저는 컨티넨탈GT 650을 먼저 타보게 됐습니다.
드디어 출발. 컨티넨탈GT를 타보기 전 제가 상상했던 느낌은 △거친 주행감 △카페레이서 스타일의 낮은 핸들바로 인해 손목과 허리의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체커기가 휘날리고 10분, 20분이 지날수록 경기도 오산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더군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서 팔을 더 뻗어야 하는 저도 손목이 피곤하지 않았고, 주행감은 부드러웠습니다. 카페레이서답게 풋레스트(발받침)가 뒷쪽에 쏠려 있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금방 적응됩니다.
물론 제 W800처럼 요즘 나오는 바이크에 비하면 거친 느낌이 뚜렷합니다만 로얄엔필드가 의도한 바로 보입니다. 1901년부터 바이크를 생산해 온 제조사로서 정통 클래식 바이크의 감성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자부심이 묻어났습니다. 컨티넨탈GT는 1950~60년대 영국을 휩쓸었던 카페 레이싱 붐의 한 가운데 있었던 모델입니다. 당시에는 영국 기업이었던 로얄엔필드의 오리지널 컨티넨탈GT250을 계승한 모델이 바로 컨티넨탈GT 650인 거죠.
이렇게 레트로 바이크로서의 상징성, 감성이 넘쳐흐르는 바이크가 현대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마크 웰스 로얄엔필드 제품전략부문장(Head of product strategy)에 따르면 브레이킹 관련 부품은 초기 단계부터 브렘보와 밀접하게 협력해 개발했다고 합니다. 앞뒤로 싱글 브레이크 디스크를 달았고 요즘 세상에 ABS도 당연히! 달렸구요. 실제로도도 제동력은 준수했습니다. 그리고 로얄엔필드 최초로 6단 기어박스, 부드러운 변속을 가능케 하는 슬리퍼 클러치가 적용됐습니다. 더블 크레이들 프레임으로 강성과 안정성도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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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엔진. 로얄엔필드가 새로 개발한 트윈 엔진이 새 ‘심장’을 맡았습니다. 옛 스타일을 간직한, 약간 투박한 겉모습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달려보면 마음이 바뀌실 것 같습니다. 배기량 648㏄에 48마력(7250rpm), 토크는 52nm(5250rpm)이며 2,500rpm의 낮은 rpm에서 이미 토크의 80%가 발휘돼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습니다. 시속 150㎞까지는 전혀 힘이 부치는 느낌 없이 쭉쭉 올라갔고, 또 로얄엔필드 CEO가 “어느 유럽 바이크보다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로 스로틀 반응도 섬세해졌다는 설명입니다.
시트고는 793㎜, 공차중량은 198㎏입니다. 키 165㎝인 제 기준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높이와 무게입니다. 제가 극도로 겁내는 오른쪽 유턴을 시도하다 한번(딱 한번 <<<<절대 강조>>>) 제꿍했는데, 최대한 버티다가 눕힐 수 있었습니다. 네, 자랑은 아니지만요…(ㅠㅠ).
와인딩 코스를 지나 이번에는 인터셉터650을 타고 출발점까지 달렸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컨티넨탈GT 650과 엔진, 프레임 등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하는 차인 만큼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핸들바가 더 높고 풋레스트도 상대적으로 앞쪽에 달려 있어 좀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시트고가 804㎜, 공차중량이 202㎏으로 컨티넨탈GT보다 좀더 높고 좀더 무겁습니다. 카페레이서인 컨티넨탈GT에 비하면 아무래도 클래식바이크의 정석 같이 생긴 바이크입니다.
인터셉터650 역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1960~70년대에 700㏄ 버전, 750㏄ 버전 등으로 생산됐던 인터셉터가 거의 반 세기만에 재탄생한 것이니까요. 영국에서 카페 레이싱 붐이 한창이었던 시기, 미국에선 경제적 풍요로움을 업고 해변과 사막을 바이크로 달리는 레저 문화가 발전했다고 합니다. 그 때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바이크가 인터셉터650입니다. 참고로 싯다르타 랄 CEO도 인터셉터650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지, 현재 거주하는 런던에서 인터셉터650을 타고 다닐 계획이라고 합니다.
두 바이크의 배기음도 멋졌습니다. 이것이 찐 레트로다! 라는 느낌인데 들어보시면 압니다. 2기통 엔진이지만서도 과거 단기통 배기음의 투박한 멋을 살렸습니다.
시승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인터셉터 파’와 ‘컨티넨탈 파’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인터파든 컨티파든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로얄엔필드에 대한 덕심 말입니다. 바이크는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고, 로얄엔필드 임직원들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바이크와 회사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으며, 로얄엔필드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이 오타쿠 양산하기 딱 좋은 스토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승회에 같이 참석하셨던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님이 컨티넨탈GT 650을 개인적으로 살 예정이라고 하시더군요.(--->이번 두유바이크 한줄요약, 압도적 결정타, 극한의 뽐뿌!)
국내 출시 가격은 미정입니다. 하지만 400만원대인 인도에서의 가격, 그리고 최근 로얄엔필드코리아의 놀라운 가격 정책을 감안하면 서프라이즈~가 기대됩니다. 물론 내구성, 안정성, 바이크와 부품수급 등을 우려하시는 독자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제가 겨우 200킬로 달려놓고 내구성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싯다르타 랄 로얄엔필드 CEO에게도 직접 물어봤습니다. 다음 두유바이크, 로얄엔필드 인터뷰 편에서 덜 풀린 궁금증을 좀 더 풀 수 있을 겁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만나요!
/푸켓=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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