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로 현금 인출과 환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시중은행 창구에서 대출상담을 받으면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열고 지난 1월 사전 접수된 105건의 금융혁신 서비스 중 금융규제 샌드박스 우선 심사 대상에 선정된 19건을 공개했다. 금융 샌드박스는 혁신 서비스와 관련된 규제를 최장 4년간 풀어주고 마음껏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스타벅스·맥도날드 등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나 공항 인근 주차장에서 현금 인출 및 환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은행 지점 방문 없이도 차 안에서 100만원 이내로 환전을 하고 현금도 찾을 수 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신청하면 지정된 장소에서 차량 번호가 자동 인식돼 매장에서 음식과 함께 외화와 현금을 수령하는 구조다. 현행 규정상 입금·지급이나 환전 업무는 은행업의 본질적 업무로 분류돼 제 3자에게 위탁이 불가했지만 특례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에서 알뜰폰과 같은 이동통신망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KB국민은행은 유심(USIM)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앱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 및 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최근 해외은행들은 온라인 쇼핑몰사업(중국), 스마트워치 사업(싱가포르) 등 비금융 서비스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상 알뜰폰 사업은 은행 고유의 업무와 관련이 없어 부수 업무로 인정되지 않지만 금융위는 특례인정을 통해 금융과 통신이 결합하는 서비스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 밖에 신한카드의 ‘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는 앱에 가입하면 현금 없이도 송금이 가능하다. 주로 신용카드로 경조사비를 내는 데 쓰일 것으로 신한카드는 예상했다. 농협손해보험의 ‘온오프(On-Off) 해외여행자보험’은 해외를 자주 다니는 경우 유용하다. 한 번 가입해두고 휴대폰으로 출국할 때 보험을 켜고, 입국할 때 끄는 방식이다.
핀다와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바일 대출금리 비교·신청 플랫폼은 자신에게 각 금융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확정금리를 한 번에 조회해 신청할 수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통한 신용정보 제공,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인대개인(P2P) 방식 주식대차 중개 등이 우선 심사를 받는다.
금융위는 오는 8일과 22일 나눠 이들 서비스를 심사한 뒤 정례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에 금융 샌드박스 대상 서비스를 지정할 방침이다. 기업별로 준비 상태에 따라 이르면 5월부터 서비스 론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비행기는 이륙부터 순항고도에 이르는 순간까지 가장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며 “금융 샌드박스 제도와 개별 혁신금융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규제 특례 부여, 테스트 비용의 예산 지원 등 정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우·양사록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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