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전화를 받다 보면 정규 업무시간이 끝나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집에 들어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규제 샌드박스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담 인력까지 턱없이 부족한 터라 부실 심사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규제샌드박스팀-산업통상자원부-전문위원회-규제심의위원회로 이어지는 업무 라인에서 밑단에 위치할수록 업무 부담은 가중된다. 민원 기업으로부터 직접 업무를 접수하는 규제샌드박스팀의 경우 쏟아지는 전화 탓에 추가 근로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규제샌드박스팀 관계자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이 넘게 올 때도 있다”며 “막연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터라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문제인지 따져봐야 해 업무시간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규제샌드박스팀이 정리한 안건을 넘겨받은 산업부에도 과부하가 걸렸다. 산업부는 기업의 민원이 어떤 정부부처 규정에 걸리는지 분류하고 이를 소관 부처에 전달하는데 전담 인력이 한 명뿐이다.
소관 부처에 전달한 서류가 그대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소관 부처에서는 안전성 등을 따져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인데 업체들은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면서 의견이 엇갈릴 때가 적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무지 한 명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부서 전 직원이 투입됐다”며 “기존 업무는 그대로 소화해야 하는 터라 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에 대한 임시 허가를 받아낸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기업 문의가 몰리는 터라 담당 공무원들이 밤11시에도 전화를 받고 있다”며 “업무 부담을 덜고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담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우보·박형윤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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