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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유전자 가위 효율성 높이는 해법 찾아..유전자 치료 길 열까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

방대한 유전자 가위 자료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AI알고리즘 개발

몇 분 내 비용 거의 들이지 않고

유전자 가위 정밀 예측 길 열어

김형범(앞줄 왼쪽 세번째) 연세대 의대 교수와 연구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유순한 고릴라가 의문의 가스를 흡입하며 괴수로 변해 광란을 벌인다. 한 기업이 우주에서 벌인 ‘프로젝트 램페이지’라는 유전자 조작 실험이 잘못돼 지구로 3개의 병원체가 추락했던 것. 가스를 마신 늑대와 악어도 유전자 변이로 도심을 파괴하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개봉한 영화 ‘램페이지’의 줄거리다.

이처럼 인간 등 모든 생물은 형질이나 피부색·혈액형·키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 수많은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구조의 DNA로 구성돼 있다. 이때 DNA의 배열에 변형이 발생하면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기고 자손은 유전병에 시달리게 된다. 역으로 복제 기술로 살아난 공룡이 활보하는 ‘쥬라기공원’, 퇴근했더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가족과 생일파티를 하는 ‘6번째 날’ 등의 영화처럼 유전자를 복제할 수도 있다.

유전자 가위는 인공효소를 투입해 변형된 DNA를 절단, 유전자를 원하는 형태로 교정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지난 2012년 미국 UC버클리대 연구팀이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Cas9)이라는 인공효소로 염기서열 일부를 잘라내는 방법을 개발해 3세대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다. 특히 유전자 가위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비정상 DNA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gRNA가 효소 못지않게 중요하다. 핵산의 일종인 gRNA는 유전 정보의 전달 등에 관여하는 RNA와 DNA의 염기서열이 상보적일 때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특정 부위로 유전자 가위를 안내한다.

하지만 아직은 부작용 없이 기대하는 효과를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암이나 에이즈, 희귀 유전병을 비롯해 동물·식물·어류·곤충까지 적용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전자의 어떤 부위를 표적으로 삼느냐에 따라 절단 효율이 현저히 달라진다. 그동안 연구자가 수많은 유전자 가위를 제작하고 실험을 통해 일일이 효율을 측정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김형범 연세대 교수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1만5,000개의 CRISPR-Cpf1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측정해 정확도를 높인 것을 보여주는 그림.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본지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인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유전자 가위 효율을 측정한 대량의 자료를 이용해 AI가 학습하게 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결과 표적 부위의 염기서열뿐 아니라 염색질 접근성까지 고려해 유전자 가위의 효율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가위 활성에 관한 AI 예측과 실험 결과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운 0.87로 수렴돼 신뢰를 확보했다. 몇 분 안에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에는 윤성로 서울대 교수와 민선우·김희권 학생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의 활성을 측정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절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많은 유전자 가위의 효율 정보를 AI에 추가로 학습시키면 정확도와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연구는 실패의 연속...틀렸다는 것 인정하는 용기 필요하죠”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 김형범 교수 인터뷰

“DNA 서열 결정(sequencing) 기술을 개발한 영국의 고(故) 프레더릭 생어 박사와 우리나라에서 실용과학을 연구하신 정약용 선생님을 귀감으로 삼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형범(44·사진) 연세대 의대 교수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몸이 약해 병원을 많이 다녔는데 치료로 연결되는 연구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세대 의대의 다른 동기들과 달리 나노과학기술로 이학박사를 받고 미국 터프츠대와 에모리대에서 포닥(박사후연구원)을 한 뒤 귀국해 차의과대와 한양대를 거쳐 지난 2015년 모교로 부임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가 아닌 연구의사의 길을 걸은 것이다.

포닥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할 때 유전질환자의 경우 환자의 줄기세포로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기가 어려운 사례를 많이 접하고 자연스레 유전자 가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대 3학년 때 병원실습을 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질병이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한 그는 “집중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게 중요하다. 좋은 연구를 위해서는 소통하고 같이 즐겁게 해야 한다”며 웃었다. 연구는 실패의 연속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길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 결과가 당초 생각과 달라도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그는 연구윤리에 대해서도 힘줘 말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몰래 유전자 편집 아기 연구를 수행해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는데 연구할 때 기관윤리위원회 등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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